[마켓파워] 김승연의 매직…각자도생 vs 합병 ‘투트랙’으로 7조 불렸다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2. 06.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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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적자 회사 합병
접점 없지만 '재무 안정' 취지
지난해 영업익 첫 5000억원대
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분리
방산부문 매출 3조→6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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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이 한화솔루션에 적자 계열사를 합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를 계열사로 분리하면서 그간 불린 매출은 총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적자 계열사 2곳의 흡수합병을 감행하며 경영 효율화와 수익 극대화를 도모했고,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한화에 합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는 삼성 시절 부서 차원에서 관리하던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각자도생의 실적 경쟁을 통해 급성장했다.

김승연 회장이 계열사를 합치고 분산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펼칠 수 있던 배경에는 기업 경영에 대한 그의 동물적인 본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기업의 경쟁력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M&A 귀재’로 불린다.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와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가 대표적인 예다. 대한생명 인수는 ‘신의 한 수’로 회자된다. 당시 새우가 고래를 인수한다는 얘기까지 돌았지만 김승연 회장은 밀어붙였고, 인수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이어 단번에 재계 10위권에도 진입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경우 2008년 3000억원대 계약금까지 걸었지만, 부실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포기하면서 실리를 챙겼다.

29세에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간 계열사들의 몸집 불리기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다. 이같은 노하우와 리더십이 쌓이면서 한화솔루션은 합치고 삼성 빅딜을 통해 방산 부문 경쟁력을 보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분사시키는 게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의 투트랙 전략은 실적으로 결과를 증명했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솔루션의 매출은 지난해 별도 기준 7조3956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7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5581억원으로, 역시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월 적자 계열사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 자산개발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한 곳이다. 기존 한화솔루션의 4개 사업부문(케미칼·큐셀·첨단소재·전략)과 사업적 접점이 없었지만 계열사의 재무구조 안정화와 경쟁력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된 일이었다.

시장에선 흡수합병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백화점 사업을 하는 한화갤러리아가 2018년부터 매해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합병 직전인 2020년 결국 1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곳이기 때문이다. 한화도시개발은 같은 기간 연속 적자를 냈고 2020년까지 3년 누적적자가 241억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흡수합병이 우산효과를 내면서 우려는 사그라들었다. 매출 수조원대 한화솔루션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면서 적자에 대한 부담이 준 것. 한 회사 내 사업부문으로 묶이면 손실이 발생해도 다른 사업 실적으로 만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화솔루션은 앞서 2020년 1월에도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한 바 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2018년 11월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를 합병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 역시 영업이익이 불안정했던 곳으로, 최종적으로 한화솔루션 사업부문으로 흡수되면서 오히려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 극대화로 실적을 불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신인 삼성테크윈에 있던 사업부를 쪼개 단독 법인으로 분사시키면서 매출을 확장시켰다. 방산 부문 전체 매출은 인수 직전(2014년 말) 별도 기준 3조1610억원에서 2021년 현재 6조1592억원으로 증가했다. 7년 새 95% 성장한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좋아졌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0억원에서 4335억원으로 2308% 급증했다.

삼성테크윈 사업은 애초 항공엔진·정밀기계·방산·에너지·CCTV 부문으로 나뉘어 있었다. 2015년 한화에 인수된 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2~3년 새 모두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독립했다. ‘1등’을 중시하는 삼성의 경우 적자 계열사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업부의 독립법인 설립에 신중한 편이지만 한화는 달랐다. 김승연 회장은 정밀기계는 한화정밀기계, 방산은 한화디펜스, 에너지는 한화파워시스템, CCTV는 한화테크윈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실적 경쟁을 시켰다. 항공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부 체제에선 각 사업에 특화된 의사결정이 더딘 부분이 있었다”며 “각자대표 체제에선 각 사업 특성에 맞게 빠르게 결정할 수 있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도생 속에서 실제로 실적이 급증했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7월 독립 출범 후 2년 6개월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600억원대(2018년)에서 지난해 1100억원대로 2배 늘었다.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정밀기계도 매출이 독립 후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CCTV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매출 6110억원, 영업이익 1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배, 5배 성장했다. 한화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입제재나 정보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 매출이 급증했다”며 “미국 등 현지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있으면서 중국보다 기술력이 월등해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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