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물탐구] “재계 총수 맏형이지만…” 친근한 이미지로 소통 늘린 최태원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6. 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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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SK 이끌며 위상 업…재계 '대표얼굴' 자리매김
사내방송서 먹방·SNS서 일상 공유하며 'MZ 곁으로'
"꼰대 되기보다 변해야"…사회적 가치창출 등도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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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맏형, 사회적가치 전도사, 뚝심, 승부사. 재계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최 회장이 1998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주요 총수는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었다. 주요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최 회장은 오랜 기간 재계 막내 역할을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할 당시 디지털 카메라로 선배 기업인들을 촬영하며 ‘디카 회장’이라는 별명도 얻기도 했다.

최 회장이 올해로 24년째 SK를 이끌면서 4대 그룹의 총수들도 모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막내였던 최 회장이 어느덧 재계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최 회장의 실제 역할도 커졌다. 지난해부터는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재계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정부부터 재계의 대표 창구로 자리잡았다.

재계 총수 맏형이라는 위치에도 최 회장은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과의 소통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개인 SNS 인스타그램에서는 #태워니키가작구나 등 익살스러운 태그를 달며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막내에서 맏형으로, 위상 커지는 최태원
재계에서 최 회장의 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게 되면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민간위원장으로서 오는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주요국에 세계박람회 후보지인 부산을 알릴 계획이다.

최 회장은 “모자 2개도 힘들었는데 앞으로 1년 동안 모자를 3개 쓰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이후 최 회장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소통플랫폼 개설, 아이디어 공모전 ‘국가발전 프로젝트’ 추진, ‘대한민국 아이디어 리그’ 출연, ‘신기업가정신’ 선포 등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성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 달에 한 번씩은 경제단체장끼리의 만남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SK의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그룹과 SK하이닉스 회장에 이어 최근에는 SK텔레콤 회장직도 함께 맡기 시작했다.

오는 17일에는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최 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모여 하반기 경영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확대경영회의 일정은 최 회장의 출장 시기에 맞춰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MZ세대와 적극 소통하는 최태원…“꼰대 안 돼”
올해로 24년째 SK를 이끌어왔지만 최 회장은 이른바 ‘꼰대’와는 거리가 멀다. 오랜 기간 총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권위적이기보다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MZ세대 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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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가운데)이 신입사원과 회장의 대화를 진행한 후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최태원 인스타그램 캡처
최 회장이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보여준 리더십은 SK의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 회장은 신입사원과의 대화, 행복토크 등을 진행하며 격의없는 소통을 펼쳐왔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방식을 통해서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에서 진행한 행복토크에서는 MZ세대 직원들이 최 회장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 한 가지를 고르는 밸런스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 얼굴로 100세까지 살기 vs 배우 정우성 얼굴로 5년만 살기’ 등의 질문이 나올 정도로 격의없는 소통 현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20년 최 회장이 사내방송에서 라면 먹방을 진행했을 때에도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유튜브를 통해서는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수원식 육개장을 끓여 대접하는 등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에 나서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는 현장에서도 최 회장은 ‘꼰대력 테스트’를 언급하며 기업인들이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꼰대가 되기보다는 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평소 MZ세대와 소통하고 직원들의 불만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최 회장의 마음가짐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최 회장은 일상 모습을 게재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어린이날이던 지난달엔 보육원에 가서 회오리감자를 나눠주는 모습을 올리기도 했으며, 미술 전시회를 다니는 일상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 홍보팀과는 무관하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사’ 최태원, SK를 재계 2위로 끌어올린 원동력
SK가 재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최 회장의 ‘승부사’ 기질 덕분이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등 과감했던 M&A가 지금의 SK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회장은 신중하지만 결단을 내리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K의 ‘신의 한 수’로 꼽히는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SK는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중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업이 대외변수에 취약한 점, 정보통신업은 로컬 비즈니스 기반이라는 점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낙점했다.

최 회장은 1년 이상 반도체 공부를 하며 기본지식을 쌓은 이후에야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당시 내부에서는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최 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며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투자 확대, 공장 증설 등을 추진하며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효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SK를 재계 2위로 도약시킨 공신으로 꼽힌다.

SK는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중심의 성장 동력을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 BBC산업으로 바꿨다. 최 회장은 배터리와 바이오를 향해 변화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 기업간 협력은 물론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최대한 활용해 BBC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만 미국을 모두 세 차례 방문, 정재계 고위층을 두루 만나 글로벌 기후변화 대처 및 미국 내 배터리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또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헝가리를 찾아 정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사회적가치’ 전도사 자처한 최태원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내 인생의 소명을 이제는 사회적 기업에서 찾고자 한다.”

최 회장이 지난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저서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SK그룹은 부친 故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부터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철학을 이어왔다. 故 최 선대회장은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생전에는 “우리는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경영 철학은 최 회장에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04년 SK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익 극대화’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바꾸기도 했다. 기업의 존재 의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 전도사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가치 창출을 주제로 강연을 수차례 진행하며 사회적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SK의 CI ‘행복날개’도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결지을 수 있다. 행복 날개는 ‘우리 모두의 더 큰 행복을 위한 헌신과 약속’을 상징한다.

◇수준급 테니스 실력…최태원의 스포츠 사랑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건 핸드볼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2011년 핸드볼전용경기장을 건립했고 2012년 여자 실업구단 SK슈가글라이더즈, 2016년 남자 실업구단 SK호크스 등을 창단했다. 핸드볼발전재단 및 핸드볼아카데미 등을 설립하며 국내 핸드볼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핸드볼 외에도 프로농구단 SK나이츠, SK에너지 소속 프로축구단 제주유나이티드FC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소속 구단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종종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지난 4월에는 SK나이츠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를 본 이후 인스타그램에 해당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프로야구단 SK와이번즈(현 SSG랜더스)를 운영할 당시에는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사촌형제들이 한국시리즈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적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20년 말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의 OCA 부회장겸 집행위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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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장남 최인근씨와 테니스를 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단순히 보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 회장은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학 시절 테니스를 배웠으며 수준급 실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장남 최인근씨와도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최 회장은 테니스장에서 운동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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