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3·4세, 지렛대는] 승계는 아직…현장 경험 한창인 동국제강 장선익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6. 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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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해해야 구성원들에 '인정'
장세주 회장도 2차례 공장 근무
생산총괄 성과, 경영능력 시험대
'지분 0.83%' 지배력 확대 과제
경험 쌓으며 천천히 승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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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톱 문패
동국제강그룹의 오너가 4세 장선익 동국제강 상무가 경영관리를 거쳐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오너가 4세 중에서 동국제강에 몸담고 있는 건 장 상무가 유일하다. 향후 장 상무로의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게다가 장 상무는 그동안 본사 경영관리팀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진행해 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부회장)는 조카인 장 상무에게 회사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코로나TF(특별대응팀)까지 맡기며 신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 상무는 그해 말 인천공장 생산담당으로 공장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40대에 접어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다시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현장 근무는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장 상무의 아버지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두 차례나 인천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제조업 기반의 회사인 만큼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회사 구성원들이나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상무는 2007년에 동국제강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미주법인, 일본 지사를 거치다가 2016년 국내에 복귀했다. 당시는 부친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로, 예상보다는 다소 빠르게 본사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장 상무가 현장을 거친 이후 승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공장 생산 총괄로서의 성과가 중요한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장 상무는 현재 지분이 0.83%에 불과하다. 15년차 경력의 오너일가 장남치고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작은아버지 장세욱 부회장은 9.4%를 보유하고 있고, 장 부회장의 자녀인 장훈익, 장효진씨도 각각 0.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배력 확대가 과제로 남는다.

6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장선익 상무는 현재 동국제강 인천 공장으로 출근하면서 공장 생산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인천공장은 과거 부친인 장세주 회장도 경영수업을 받을 때 두 차례 거쳐 갔던 곳이다. 동국제강 오너일가의 ‘현장경험’이 주로 이뤄졌던 곳으로, 장 상무도 승계를 위한 관문에 들어선 셈이다.

장 상무는 1982년생으로 한국나이로 40대에 접어들었다. 다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 얼굴을 드러낸 이후에는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공장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장 상무는 2020년에 한 차례 코로나TF를 이끌며 위기 대응을 주도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코로나TF는 동국제강그룹 전사적 위기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조직”이라며 “장 상무가 추진한 일원화된 보고 체계 등으로 통합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실적을 잘 방어해냈다”고 설명했다.

그에 앞서 장 상무는 경영전략팀장으로 회사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진단을 바탕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히고, 중기 경영계획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산 효율성 지표인 ROA(총자산순익비율)를 주요 지표로 삼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기 계획을 운영해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이 나온다. 이후 동국제강은 장 상무가 수립한 궁장기 경영계획에 따른 9개년 장기 사업 과제를 구체화해 사업 방향을 세웠다.

이처럼 경영 관리 및 전략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상무로 승진하면서 공장 생산을 총괄하는 장 상무의 성과가 중요해졌다. 인천공장은 동국제강 주요 수익원인 열연 전기로 제강사업의 핵심 기지다. 지난해에도 2조2000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회사 전반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공장인 만큼, 장 상무가 성과를 내야 경영 능력을 입증받을 수 있다.

낮은 지배력도 과제다. 장 상무는 현재 지분 0.83%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 지분 13.94%를 합쳐도 15%가 채 되지 않는다. 사촌 형제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장 부회장 장남 장훈익씨는 0.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승계 경쟁자다. 장 부회장도 9.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훈익씨는 현재 동국제강과 무관한 IT기업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장 상무가 ‘정공법’으로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를 이끄는 장 부회장은 올해 61세로 철강업계에서도 젊은 CEO인 편이라, 승계를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시각에서다. 장 상무는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지난해 기준 동국제강 미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4억8000만원이었다. 배당금도 연간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조금씩 지분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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