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3·4세, 지렛대는]LX홀딩스 구형모의 5년, 아버지 꿈 이루고 경영능력 인정 받는 ‘골든타임’

홍선미 기자 기사승인 2022. 05.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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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경영 전면은 아직…승계 시점 고민 LX 구형모
'출범 1주년' LX, 외형 확장 가속화
석달 새 7500억 들여 M&A 공격행보
구본준 70세 넘어, 구 전무 등판 속도
'반도체 숙원' 매그나칩 인수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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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리공업 인수, 포승그린파워 인수, 트래픽스 지분 투자, 텔레칩스 지분투자,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의향서 제출.

이달 출범 1주년을 맞은 LX그룹이 외형 확장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3개월 새 7500억원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LX그룹은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몸집 키우기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거침없는 그룹 행보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승부사 기질 발휘라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들 구형모 전무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전 최대한 규모를 키우려는 ‘아버지의 안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1987년생으로 30대 중반인 구 전무가 이제 슬슬 그룹 경영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버지 구 회장의 나이가 70이 넘었다는 점도 그의 등판을 점치는 이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 40세 회장직에 올라 경영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구형모 전무에게 앞으로 5년여의 시간은 중요하다. 구본준 회장 일가가 이미 40% 이상의 LX홀딩스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만큼, 구 전무가 5년간 경영자로서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관건이다.

아버지와 함께 그룹의 외형과 내실을 키워 향후 그룹 오너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구 전무 앞에 놓였다. 특히 매그나칩 인수는 구본준 회장의 반도체 사업 확장 꿈에 다시 도전하는 기회인 동시에 구형모 전무의 경영능력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1년 만에 상무→전무…매그나칩 인수 ‘진두지휘’
26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 17일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의향서를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제출했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작년 약 14억 달러(약 1조 7000억원)를 들여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LX가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과의 협력을 검토하는 이유도 막대한 인수 금액 조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껏 이뤄진 인수합병(M&A)과 스케일이 다른 이번 인수건에 대한 전반적인 조율은 구형모 전무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 LX그룹 출범 당시 상무로 부임했던 구 전무는 올해 3월 전무로 승진해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다. 경영기획부문 수장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계열사 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율하는 등 그룹 운영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그나칩 인수 성공이 LX그룹 성장뿐 아니라 승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신호탄이 되는 이유다.

재계는 구 전무의 올해 승진, 신사업 담당 포지션 등이 승계 준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M&A를 진두지휘하고, 계열사간 포트폴리오를 조율해 그룹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은 전형적인 총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구 전무가 LX홀딩스에 합류하기 전 LG전자에서도 신사업개발담당과 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던 점을 감안하면, LG전자 시절부터 이미 경영수업이 시작된 셈이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구 전무는 2014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하기 전 외국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탈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알려진 구 전무는 광화문 LX홀딩스 본사에 여느 임직원처럼 매일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형 성장으로 LG 거래 비중 낮추기, 안정 승계위해 필수”
구 회장이 ‘속도’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아들 구 전무의 안정적인 승계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X의 빠른 성장은 기존 LG그룹과의 거래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LX세미콘과 LX판토스 등은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과의 거래가 전체 매출의 60~70%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구형모 전무가 2008년 차린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회사 ‘지흥’의 지분 100%를 2018년 모두 정리한 것역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했던 행보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LX의 외형 성장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지분 승계 작업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시작됐다. 구 전무는 작년 12월 구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 10.94%를 넘겨받아 현재 총 11.75%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이 현재 보유한 지분 20.37%도 향후 구 전무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 전무가 지난해 증여받은 지분 10.94%와 앞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 20.37%의 증여세를 LX홀딩스 주가 등으로 계산해 보면 약 1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업계는 구 전무가 보유한 ㈜LG 지분 0.6%(약 660억원 규모), 지흥 매각 대금 153억원, 구 전무가 보유한 LX홀딩스 지분에 대한 배당금 등으로 증여세를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전무는 작년 12월 아버지로부터 증여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5년간 6번에 걸쳐 나눠 낼 계획이다. 올해 3월 1회분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LX홀딩스은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상법상 배당금은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지급해야 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배당 가능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올해 결산 마감 후 중장기 자금 소요 계획, 누적 배당 가능 이익 등을 고려해 내년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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