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자회사 ‘SK텔레시스’ 고민 깊은 SKC, 정상화 그림은?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2. 05. 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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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자회사 경영 정상화 부담
토지·건물 매각해 자금 마련
반도체 소재 주심 사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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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SK그룹의 중간지주사 SKC가 자회사 SK텔레시스 체질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력사업을 청산한 지 1년 만에 토지, 건물 등 자산 매각에 나선 것. SK텔레시스는 휴대폰 단말기 사업 실패 이후 적자에 허덕이는 등 뼈아픈 과거가 있다. 최대주주 SKC가 회사 자금을 활용해 수백억원대 지원에 나섰지만, SK텔레시스는 10년째 완전자본잠식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 적자가 누적되는 부실 계열사는 청산절차를 밟거나 타 계열사와 통합하는 수순을 거치지만 SK텔레시스는 건재했다.

올해 대표이사가 바뀐 SKC는 자회사 SK텔레시스의 성장성을 증명해야 한다. 좀비기업에서 정상기업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손실 처분하는 방식으로 SK텔레시스 부진을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느냐가 경영 능력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다. SKC 입장에선 소액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SK텔레시스 처리가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부도 위기에 처한 SK텔레시스를 지원하면서 소액 주주 이익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시스는 재무와 자본 건전성 제고를 위해 경기 성남에 있는 판교연구소 부지와 건물을 팔아 82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자산총액의 87.99%이고 처분 예정일은 6월 30일이다. 지난해 6월 통신망사업을 789억원에 팬택C&I에 넘기고 1년여 만에 또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SK텔레시스는 2011년 처음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0년 연속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매출은 주로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국내 매출 약 1624억원(2020년 기준) 가운데 72%인 약 1170억원을 국내 계열사에서 올렸다. 계열사 매출 중 SK하이닉스가 49%로 절반가량 차지하고, SK텔레콤이 20%로 그 뒤를 잇는다. SK텔레시스는 1999년 SK텔레콤의 시설 협력업체로 등록된 후 5년 만에 영업이익이 22억원에서 174억원(2004년)으로 8배가량 불었다.

1997년 통신장비업체로 설립된 SK텔레시스는 SKC와 오너가(家) 친인척 박현선씨가 각각 주식 1억9079만9357주(81.4%), 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14.15%)까지 합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총 95.55%다.

최신원 전 회장은 2008년 11월 SK텔레시스 지분 1.1%를 매입하며 처음으로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43.33%까지 지분을 늘려 2대 주주에 올라섰다. 2014년과 2015년 일부 지분을 자사주로 증여해 3.03%로 축소됐고, 연이은 유상증자로 2015년 6월 1.18%까지 줄었다. 이후 2020년 10월 지분 전량을 자사주로 증여했다.

수익성 악화 시발점은 2009년 뛰어든 휴대폰 단말기 사업이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열풍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2009년부터 6년간 영업적자 448억원에 당기순손실 2282억원을 기록하면서 SKC 지분법 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SKC는 2012년과 2015년 완전자본잠식인 SK텔레시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약 900억원을 출자했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SK텔레시스에 출자하면서 상장사 SKC가 손해를 봤다는 검찰 주장이 제기됐고, 최신원 전 회장과 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 등이 올 초 재판받았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최신원 전 회장은 SK텔레시스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다.

SKC는 SK텔레시스 부실이 전가되는 상황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SKC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SK텔레시스를 처리해야 하는 묘수를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청산할지 경쟁력을 제고할지에 대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SKC는 그 방편 중 하나로 반도체 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SK텔레시스의 사업구조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사업부문 2개 중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체의 70%가량(2020년만 제외) 차지하던 통신망사업을 떼어내다 보니 전자재료사업 하나로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SKC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며 “SK텔레시스를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선 비슷한 사업을 하는 SK텔레시스와 SKC솔믹스와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SKC솔믹스 역시 2016년 태양광 사업을 중단하고 반도체 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완전자회사로의 전환은 기타 주주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분할 후 매각하거나 완전히 흡수합병 하는 등 각종 경영 선택권이 자유로워지는 걸 의미한다”며 “SK텔레시스 사업의 경우 SKC가 굳이 끌고 갈 만한 매력이 크지 않아 비용절감과 조직 관리 효율을 위해서라도 비슷한 분야의 SKC솔믹스와 합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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