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소통맨 ‘본규’ 진격의 ‘동휘’…LS 차기 총수 후보 구자은의 조카들

손민지 기자 기사승인 2022. 05. 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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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수 후보 '구자은 조카들'
본혁·본권 등 4명 경영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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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은 최근 구본규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이사 부사장의 지시로 온라인 사내 게시판을 만들었다.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이 곳에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으며, 신원은 끝까지 보장된다. 구 부사장은 LS엠트론 재직 당시에도 직원의 자리에 직접 가서 생일을 축하할 정도로 소통을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수평적 소통 행보는 범LG가(家) 특유의 ‘인재 경영’ 의지와 맞닿아있다. 특히 대리·과장급 직원들과 ‘캐주얼 다이닝’ 행사를 자주 열었던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 ‘현장 소통주의자’로 불리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향후 그룹의 차기 총수 등극에 유리한 측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S전선의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구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연간 해외매출은 2019년 2조1989억원, 2020년 2조1350억원에서 지난해 3조1175억원으로 약 45% 올랐다. 이 회사는 매출(4조1357억원)의 약 75%를 해외매출로 충당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 지난해 10월 대만 하이롱 해상 풍력단지 건을 포함해 최근 3년간 대만이 발주한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진다.

LS전선이 승승장구 하는 배경엔 구본규 부사장이 있다. 구 부사장은 앞서 3년간(2017~2019년) 지속되던 LS엠트론의 부진을 털어내고 흑자전환을 성공시켰고, 이 덕에 지난해 말 LS전선 CEO로 임명됐다. 그는 직원을 챙기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LS전선을 LS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1979년생인 구 부사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으로 LS그룹 3세 중 서열 2위다. 현재 LS 오너 3세 중 호적상 승계 1순위는 지난 2월 별세한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의 아들이자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본웅 마음그룹 대표다. 하지만 구본웅 대표가 사실상 그룹 경영에 손을 떼면서 구 부사장에게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LS의 마지막 2세 총수다. 때문에 그와 함께 그룹을 움직이는 조카들이 구 회장의 바통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LS그룹의 3세 경영인은 구 부사장을 포함해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대표이사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 등 4명이다. 구본권 전무를 제외하면 모두 대표이사다.

구동휘 전무는 구 부사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거론된다. 구 전무는 LS 1세 중 둘째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LS 두 번째 회장인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이다. 그는 올해 초 E1의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 타이틀을 얻고 태양광·풍력발전·수소충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재생에너지는 삼촌인 구자은 회장이 미래 유망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이기에 사업이 잘 될수록 구 전무가 차세대 경영자로서 높은 점수를 얻을 확률이 높다.

구 전무의 승진 시계는 다른 사촌들보다 빠르게 흘렀다. 그는 약 1년 간 투자은행(IB)본부에서 경륜을 쌓은 후 2013년 LS그룹 핵심계열사인 LS산전(현 LS일렉트릭)에 차장으로 입사, 2017년 LS일렉트릭 전력국내사업부장 이사로 승진했다. 2018~2019년엔 LS 지주사 핵심 부서인 가치경영부문장에서 상무와 전무를 역임했는데 LS그룹 3세 가운데 ㈜LS에서 경력을 쌓은 것은 구 전무가 유일하다. 1982년생으로 사촌들 중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지만 E1의 사내이사로서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고, 차기 회장 선임까지 9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구 전무가 차기 회장이 될 자격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의 독보적 존재감은 LS 오너가 3세들의 LS 지분 비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동휘 전무의 ㈜LS 지분 비율(2.99%)은 LS 오너가 중 구자은 회장(3.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구본혁 사장은 1.46%, 구본규 부사장은 1.16%, 구본권 전무는 0.39%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1977년생)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LS그룹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사장이 됐고, 지난해엔 예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약 140%(그룹 상장사 중 최고 증가율) 끌어올렸다. 구자은 회장 조카 중 막내(1984년생)인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도 3년 만에 이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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