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3·4세, 지렛대는] SK네트웍스 3세 최성환, 경영 ‘성큼’ 지배 ‘난항’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5. 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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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지분율 2.2%로 늘려
책임경영·신뢰회복 의지 평가에도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는 과제로
올해만 벤처에 600억 투자 단행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도 잰걸음
그룹 의존 대신 미래먹거리 확보
올해 3월부터 SK네트웍스 이사회에 본격 합류한 ‘오너 3세’ 최성환 사업총괄이 승계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구할 ‘백기사’가 될 수 있을까. SK네트웍스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경영 공백이 생기는 ‘오너리스크’를 겪었다. 최 전회장이 이른 시점에 물러나면서 SK그룹 내에서의 SK네트웍스의 지위도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 전면에 나선 최 전 회장의 장남 최성환 총괄은 신뢰 회복과 더불어 SK네트웍스의 미래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백기사’는 최 총괄이 과거 론칭했던 프리미엄 택시 어플리케이션 이름이기도 하다.


최 총괄은 중국에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았다.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해 2014년에 임원을 달고, 주로 전략·기획 쪽에서 근무해왔다. 경력을 바탕으로 최 총괄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 총괄이 주도한 투자는 대부분 기업 초기 투자로,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큰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 총괄을 비롯한 일가족의 SK그룹 내 지분율은 아직 미미하다. 현재 SK네트웍스 개인 최대주주지만 확보한 지분은 2.2%에 불과하다. SK(주)가 지분율 39.1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배력을 더 확대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SK그룹과 연관성이 높은 정보통신 부문이 매출에서 47%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계열 분리도 쉽지 않다. 확실한 경영 독립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성장 투자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고, 경영 능력을 인증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최신원 전 회장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경우 SK디스커버리 지분 40%를 확보했고, 그룹 내 소그룹 형태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일각에선 최 총괄도 SK이라는 든든한 우산 속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SK디스커버리 행보를 따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지난달 SK네트웍스 지분 약 78만주(약 37억원 규모)를 매입해 지분율을 1.89%에서 2.2%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SK(주) 지분을 매각하고, SK네트웍스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이후에 단행된 추가 매수다.

승계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자사주를 매수하면서 최 총괄이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회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퇴진하면서 SK그룹에서 처음으로 3세 경영을 시작하게 된 만큼, 그룹 내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인 최 전 회장의 비위로 잃었던 신뢰를 다시 쌓아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최 총괄은 지난 3월부터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신사업투자 부문을 총괄하면서 SK네트웍스의 체질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최 총괄은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면서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직영 주유소 사업, 골프장 사업을 매각해 약 2조원을 확보한 바 있다.

최 총괄은 이를 바탕으로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SK그룹 의존도가 높은 정보통신(휴대폰 및 정보통신기기 유통) 부문의 매출 비중이 막대하지만, SK매직, SK렌터카를 중심으로 렌탈 사업을 주로 하되 기업 초기투자로 수익을 내겠다는 뜻이다. 신사업을 토대로 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경영 성과를 인정받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 총괄의 친삼촌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경우 SK케미칼을 기반으로 사업 재편을 거쳐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이후 SK디스커버리 지분을 차근차근 매입해 현재는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독자경영체제를 만들었다.

SK네트웍스는 특히 비교적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친환경,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확보한 성장성있는 기업이라면 투자 후보로 올릴 수 있다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서만 초기투자 형식으로 약 600억원 규모를 결정했다.

이런 행보의 배경으로는 최 총괄의 경험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최 총괄은 2015년 카카오택시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점에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세워 프리미엄 콜택시 앱 ‘백기사’를 론칭한 적 있다. 본인이 스타트업 창업자였던 경력이 있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뿐만아니라 SK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 마켓컬리 초기 투자로 재미를 보면서 이후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 지분 3.32%에 대한 초기 투자금액은 234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 장부가액은 823억원으로 4배 올랐다.

다만 낮은 지배력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재 SK네트웍스는 SK(주)가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최성환 총괄이 2.2%, 최신원 전 회장이 0.89%의 지분만을 쥐고 있다. 사실상 독자 경영을 하고는 있지만 완전한 독립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 전 회장부터 SK네트웍스가 선경직물에서 시작한 SK그룹의 ‘모태 회사’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만큼 계열 분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그룹 내 시너지나, 현재의 지배구조로 볼 때 계열분리 가능성조차 제기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룹 특성상 ‘따로 또 같이’라는 슬로건하에서 각 계열사마다 경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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