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SK 계열사, 엇갈린 주가 희비…가치주 ‘맑음’ 성장주 ‘먹구름’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4.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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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주도 속 SKT·SK(주) '선방'
SK IET·바이오사이언스는 낙폭 커
거품 빠지며 연초 대비 최대 40%↓
"변동장세 속 가치주 선호 유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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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SK그룹이 최근 2년여간 성장가치가 높은 자회사들을 줄줄이 증시에 상장시켰지만, 주가는 전반적인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상장 초반 거품이 꺼진 데다, 증시 자체가 부진하면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 IET)는 고점 대비해서는 절반가량, 연초 대비해서도 40%, 20%가 빠지면서 코스피 하락율을 밑돌고 있다.

이는 그룹주 전체적인 주가 하락 원인으로도 꼽힌다. SK그룹 계열사(코스피 기준)들의 연초 대비 주가 하락율 평균치는 10%수준이다. 반면 자회사 상장 등의 이벤트가 없던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의 경우 연초 대비 주가 하락율 평균은 4.21%, 4.85% 수준에 그쳤다.

다만 전통적인 가치주로 분류되는 SK텔레콤, 지주회사 SK(주)는 안정적인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투자 수요도 배당이 높고 수익성이 안정적인 가치주에 쏠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기반으로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어려운 주식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 자회사들의 주가는 연초에 비해 평균 약 10.5% 가량이 하락했다. 연초 대비 코스피 지수 하락율(10.7%)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인 만큼 SK그룹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증시에 새로 상장한 SKIET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낙폭이 더욱 큰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디스커버리 산하 백신 전문 회사로, 코로나19 특수와 상장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연초 대비 주가는 40% 하락한 13민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배터리 소재 전문 기업으로 기대를 모으며 상장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IET도 현재는 연초 대비 20% 가량 하락한 13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주의 부진은 그룹주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연초 대비 주가 하락율 평균치가 10%인데 반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일부 계열사 주가가 부진하더라도 SK그룹 계열사만큼 변동성이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4%대 평균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상장한지 얼마 안된 성장주는 부진한 반면, SK(주), SK텔레콤 등 이른바 ‘가치주’는 선방했다. SK텔레콤은 부진한 장에서도 연초 대비 3.1% 오른 5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K그룹 계열사 중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SK스퀘어와 인적분할을 단행한 이후 통신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SK(주)는 연초 대비 2.5% 상승한 26만2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투자 전문 회사로서 SK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SK(주)는 배당, 브랜드 사용료 등으로 꾸준한 수익성을 보장받고 있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전략도 지속 추진한 바 있다. 비슷한 대기업 계열 전문지주회사인 LG, 포스코홀딩스와 비교해도 상승폭이 크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 등 주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은 각각 9%대 하락율에 그치면서 코스피 하락율보다는 웃도는 실적을 보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치주로의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전세계적인 완화정책으로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면, 최근에는 금리 인상, 긴축에다 전쟁 등 국제 정세까지 불안한 만큼 다소 안정적인 투자처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가치주 선호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만큼 SK그룹이 주로 단행해온 신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한 사업 육성 전략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SK그룹은 친환경, 디지털, 바이오, 첨단소재 등 4가지 분야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조만간 SK스퀘어 산하의 정보보안 전문업체인 SK쉴더스 상장도 앞두고 있으나, 증시가 부진한 만큼 앞선 상장주들만큼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SK그룹은 각 분야마다 중간지주사 격의 투자 전문회사를 두고, 경영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륩은 ‘따로 또 같이’라는 그륩 정책에 맞게 각 자회사마다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며 “자회사 IPO와 같은 사안도 각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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