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전자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50조원 육박, 국방예산만큼 쓴다

박지은 기자 기사승인 2022. 04.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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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장비 도입비용 등 선지급
물가, 인건비 상승에 비용 증가
예상보다 상향 '역대 최대규모'
파운드리 공장 건설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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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이끄는 반도체 사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 5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방예산(54조6112억원)과 맞먹는 천문학적 액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 4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장비 도입,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신규 팹 건설에만 50조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능력을 키웠다기보단 물가상승, 공사 비용 추가발생 등으로 전체 투자금이 늘었다.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도입해온 극자외선(EUV) 장비를 빨리 받기 위해 선지급금을 지불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50조원가까이 투입한다. 최근 5년은 물론 역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26조~30조원대로 예상됐던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가 최근 약 35조원까지 상향 조정됐고, 여기에 파운드리 분야에 투입될 15조원을 합치면 연간 투자규모가 5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기존 26조~30조원 선에서 조금 더 상향될 전망”이라며 “기존에 공개한 파운드리 설비투자 15조원을 합산하면 50조원 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을 예상해 설비투자를 대거 늘린 것이 아니라 공사와 장비 반입 비용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라인이 들어설 삼성전자 평택 3공장(P3)은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내부 작업에 한창이다. 전기 배선, 공조 시스템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마무리됐다. 올 연말까지 남은 과정은 반도체 제조공간의 공기 청정도를 제어하는 클린룸 조성이다. P3 클린룸 조성은 삼성물산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신성이엔지가 연말까지 맡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클린룸을 조성할 때 대형 장비를 들여놓기 시작한다”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P3에 장비를 납품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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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들어설 부지 전경./사진=유튜브 캡처
메모리 투자 상향조정은 장비 대기시간 증가에 따른 선지급금 지불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SML로부터 EUV 장비를 넘겨받을때까지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업체들마다 선금 경쟁이 붙었다”며 “약 1년 후 받을 장비 대금의 일부를 지급했다면 올해의 설비투자에 포함된다. 이 점은 당장의 생산능력 증가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ASML은 이날 1분기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로부터 다수의 EUV 장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는 “1분기 예약매출(제품 양도 전 발생 매출)만 70억유로(9조30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제2 파운드리 공장(테일러공장) 투자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15일 테일러시 윌리엄카운티로부터 도로폐쇄 승인을 받고 공장부지에 펜스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펜스 설치를 마치고 터닦기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인프라 작업에 투입할 노동자들 채용이 어려워 예상한 비용보다 더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테일러 공장 규모는 약 500만㎡ 규모로 기존 삼성 오스틴 파운드리공장 규모의 4배에 이른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약 10조원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에서만 70조원대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가 진행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원익IPS는 지난 19일 10% 상승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0.85% 하락한 4만1250원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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