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BGF·11번가, 헬로네이처 ‘눈물의 손절매’…성장통 수업료 냈다

안소연 기자 기사승인 2022. 04.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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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네이처 지분 모두 매각
'새벽시장' 출혈 경쟁서 탈출
BGF, 계열사로 편입 B2B 주력
11번가, 내년 IPO 준비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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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BGF가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를 결국 ‘손절매’ 했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이상의 비용 부담보다는 지금이라도 기업 성격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헬로네이처를 B2B(기업간 거래) 사업으로서 수익을 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던 11번가도 관련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헬로네이처에서 손을 뗐다. 양 사 모두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지난 4년 간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헬로네이처는 BGF그룹 2세 홍정국 대표가 지난 2018년 지분 및 경영권을 인수를 주도하면서 이목을 끌었지만 스타트업 시절부터 누적된 적자 구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형일 11번가 CEO 역시 상장(IPO)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실적 부진 관계기업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실제로 새벽배송 시장은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마켓컬리와 SSG닷컴의 대결구도로 수년 간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GF가 지난 2018년 헬로네이처 지분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약 300억원이며, 11번가는 약 299억원을 투입했다.

11번가의 경우 당시 헬로네이처의 장부 금액은 285억원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금액은 63억원이다. 약 4년 새 장부금액의 차이가 222억원 벌어졌다.

이유는 그동안 헬로네이처가 기를 펼 수 없을 만큼 해당 시장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은 58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5.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71억원으로 같은 기간 112억원 확대됐다. 영업적자는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마켓컬리나 SSG닷컴을 포함해 이커머스 전반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투자 비용을 지속 지출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헬로네이처 입장에서는 B2B로 새 전략을 짜는 게 10여년 간 쌓은 업력을 본다면 더 좋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해당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막대한 돈을 앞으로도 더 쏟아 붓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GF네트웍스는 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기존 역량들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차별화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비용 부담이 심한 사업을 종료하는 만큼 빠른 성과를 내는 게 관건이다. 이를 토대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BGF로서는 헬로네이처를 타 계열사로 이동시켰지만, BGF네트웍스의 지분을 BGF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계돼 있는 문제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헬로네이처 B2C 온라인 판매 중단은)BGF의 펀더멘탈(경제지표)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11번가로서는 장부금액으로만 보면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IPO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1번가의 예상 IPO 시기는 2023년이다.

한편 BGF에 따르면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 사업을 운영하는 시기는 오는 5월 말까지다. BGF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BGF네트웍스의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BGF네트웍스가 헬로네이처 지분 100%를 인수한다. 기존에 지분은 BGF가 50.1%, 11번가가 49.9%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새벽배송을 하지 않는 대신 기업들이나 타 채널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으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기존의 상품기획 업무 등은 큰 변화가 없어 인력은 변동 없이 운영한다는 게 BGF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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