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호반건설, KCGI 지분인수로 한진칼과 불안한 동거 시작…흑기사 가능성은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2. 03.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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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경영권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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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한진그룹, 호반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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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이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불안한 동거를 시작했다. KCGI는 조원태 회장 우호세력 집결과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추진을 계기로 더이상 경영권을 흔들 수 없다고 판단,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그룹 경영권 구도에서 빠졌다. 호반건설은 배당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일반투자’나 경영참여 목적의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목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흑기사(적대세력)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다.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호반건설은 과거에도 단순 지분참여 형태로 타 기업의 주식을 취득한 후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결단만 내리면 적대적인 경영권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다음달 4일 KCGI로부터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1주당 6만원, 총 5640억원에 인수한다. 콜옵션 구주와 신주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약 3.4%)까지 합하면 약 17.4%를 확보하게 된다. 콜옵션 행사 기한은 5개월이다. 한진칼 주식 전량 매각을 예고했던 KCGI는 지분 0.9%가량의 소액주주로 남는다.

호반건설은 수년간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KCGI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로 명시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일뿐 경영 참여와는 거리가 멀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해명했다. 호반건설은 2014년에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여 인수전에 변수로 떠올랐지만, 매입 약 1년 만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매입 지분은 약 6%로 5대 주주에 그쳤다. 이 때문에 소위 ‘현금굴리기’에 능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코로나시대 종식 후 항공업 부활을 예상하고 새로운 투자수익처를 찾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엔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선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졌다. 호반건설과 3대 주주 반도건설 향방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반도건설도 지분 매입 초반에는 백기사였으나 2020년 KCGI·조현아 전 부사장과 3자연합을 결성하며 등을 돌렸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20.79%, KCGI 17.27%, 반도건설 16.89%, 델타항공 13.1%, 한국산업은행 10.5% 등으로, 호반건설과 반도건설 지분을 합치면 34%를 넘는다. 산업은행을 필두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 돌입하면서 3자 연합은 사실상 와해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호반건설은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 작년 말 기준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5706억원에 달한다. 호반건설은 과거에도 광주방송(KBC) 등 초기 단순투자에 나섰다가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일각에선 2세 경영을 강화하는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 확보를 통해 본업 외 이종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나온다. 호반건설 최대주주는 54.7% 보유한 김상열 회장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다. 이어 김 회장과 회장 부인 우현희씨가 각각 10.5%, 10.8%를 보유하고 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국민대 겸임교수)는 “건설사들은 과거에도 이종산업에 관심을 가져왔고 수차례 인수를 시도해왔다”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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