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준을 지키는 믿을맨 | 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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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선미 손민지 기자 =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LX세미콘 양재캠퍼스로 출근한다. 양재에 마련된 개인사무실에서 그날 하루를 오롯이 보내며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심한다.
지난해 5월 출범 직후부터 매주 이뤄진 구 회장의 LX세미콘 출근은 구 회장이 손보익 LX세미콘 사장과 긴밀하고 심도 있게 반도체 사업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1999년 정부 주도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를 통째로 현대전자에 넘기는 쓰디 쓴 경험을 한 구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은 아주 특별하다. 구 회장이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를 LG그룹에서 떼어내 독립한다고 했을 때 재계가 주목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시기도 딱이다. LX그룹 출범시기와 맞물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구본준 회장의 멈췄던 반도체 신화를 다시 꿈꿀 수 있게 포문을 열어주는 느낌이다. 손보익 사장이 구 회장의 ‘키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익 LX세미콘 사장이 취임한 2017년 이후 지난 5년 사이 회사 매출은 2.7배(6928억원→1조8988억원), 영업이익은 8배(455억원→3696억원)나 뛰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 한 이유가 크지만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 손 사장의 경영능력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사장은 1984년 금성정보통신에 입사한 이후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앱, 전력반도체 등의 개발을 주도해 온 정통 LG맨이다. 2017년 실리콘웍스 부사장(대표이사)으로 이동한 이후 회사가 LX로 분리되기 직전인 2020년 말 LG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LX세미콘 양재캠퍼스로 매주 출근하며 손 사장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구 회장은 사람을 쓸 때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구 회장이 LG스포츠단 구단주 시절 현주엽 당시 LG 세이커스 감독에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라”고 말했던 것은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런 구 회장이 손 사장을 각별히 챙긴다는 것은 그만큼 LX세미콘과 손 사장에 갖는 기대와 포부가 크다는 뜻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구 회장이 LX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LX세미콘의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에 대한 뜻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인물이다.
1987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실무를 익히다 지난해 LX그룹 출범과 동시에 합류했다. 2008년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회사 ‘지흥’을 차렸지만 LG화학 등의 일감몰아주기,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2018년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구본준 회장은 최근 자신의 지분 40.04% 중 11.69%를 최근 구 상무에게 넘겼다.
 | KakaoTalk_20220328_182120070 | 0 | 구본준 당시 LG부회장(왼쪽 두번째부터)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017년 9월 7일 LG디스플레이의 2차 협력회사인 경기도 화성 ‘시스템알앤디’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제공=L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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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춘성 LX인터내셔널 부사장(대표이사)도 구 회장의 중요 인사다. 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담당하는 LX인터내셔널은 반도체와 함께 LX의 신규 캐시카우 발굴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윤 부사장은 1989년 금성럭키상사 신입으로 입사한 정통 LG맨이자 상사맨이다. 2차전지·친환경·물류센터 등의 사업 확장을 주도하며, 구회장의 ‘일 잘하는 CEO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지난 2019년 인사에서 구 회장의 추천을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원혁 LX판토스 부사장(CEO)과 박종일 부사장(CEO)은 구 회장이 LX 출범과 동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인물이다.
구본준 회장은 LX그룹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최원혁 당시 LX판토스 부사장(CEO)을 사장으로, 박종일 당시 LXMMA 전무(CEO)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출범 10여일 만에 이뤄진 파격 인사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본준 용병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 사장은 로레알코리아·CJ대한통운 등을 거쳐 2015년 LG그룹이 판토스를 인수 당시 판토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된 인물로, 구 회장과의 인연이 여타 사장들에 비해 짧다. 하지만 판토스를 이끌며 매해 외형 성장을 이뤄 입사 3개월 만에 부사장 대표이사로 고속 승진하는 등 구 회장의 눈에 들었다.
박종일 LXMMA 부사장(CEO) 1984년 럭키에 입사해 2009년 LG화학, 2018년 MMA 전무(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 성장을 주도해온 그의 능력을 높이산 구 회장의 깜짝 인사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외에 강계웅 LX하우시스 부사장(CEO), 노인호·노진서 LX홀딩스 부사장, 박장수 LX홀딩스 전무, 최근 LX인터내셔널 상근고문으로 합류한 하현회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등도 LG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구본준 회장의 사람들로 꼽힌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본준 회장을 비롯한 LG가 인사들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높은 편”이라며 “구 회장이 LG 시절부터 강조한 1등 주의, 한번 해 보라고 통 크게 기회를 주는 경영 스타일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