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 오너家 상속세 마련 블록딜주의보, 삼성SDS 이재용 지분 9% 남았다

박지은 기자 기사승인 2022. 03.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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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이서현 SDS 지분 매각 이어
홍라희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
"상속세 마련 위해 추가매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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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너일가가 삼성전자·삼성SDS 주식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하면서 주가가 휘청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3.9%,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삼성전자 지분 0.33%가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블록딜 물량은 유족들이 KB국민은행 등에 맡긴 신탁 자산으로 약 1조5000억원어치다. 이번 블록딜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유산 약 25조원의 상속세 11조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삼성 오너일가는 2026년까지 상속세를 4번 더 내야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추가 지분매각이 이뤄질 경우 매각 시점마다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록딜로 인한 주가 하락이 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2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1994만1860주를 기관투자자 대상 블록딜을 통해 처분했다.

홍라희 전 관장이 신탁한 삼성전자 지분 0.33%를 처분한 것으로,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7만500원)에서 2.4% 할인된 6만8800원으로 결정됐다. 약 1조3720억원어치다. 삼성전자 주가는 블록딜 여파로 6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2.3%에서 1.97%로 낮아졌다. 이날 코스피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5000억원대 매도로 장을 마감했지만, 오후 6시4분 이후엔 외국인 매수 1조원대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식을 외국인들이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지난 21일에는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SDS 지분 301만8860주를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14만원)보다 7.5~9% 할인된 12만7400~12만9500원이다. 금액은 약 1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SDS 주가는 블록딜 직후인 22일 전날보다 7.1% 하락했다. 매각 주체가 이 사장과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삼성SDS 주요 주주가운데 지분율이 3.9%인 인물이 두 사람뿐인 탓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약 346만주를 처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 오너일가가 삼성SDS,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추가 매각할지 주목하고 있다. 오너일가는 지난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했다. 홍 전 관장의 상속세 부담액은 3조1000억원, 이 부회장은 2조9000억원, 이 사장은 2조6000억원, 이 이사장은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은 신탁계약을 통해 매각이 예정된 물량이지만 상속세 재원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지분 매도 가능성이 높다”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너일가가 앞으로 4번 상속세를 나눠내기 때문이다. 납부기한은 10~4월로 당분간 3월마다 블록딜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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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개한 삼성전자의 대주주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이번 주당 할인률이 추가 블록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주체가 장 마감 후 대량 매물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신탁사는 브로커들에게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브로커들은 이후 매수자들에게 이 물량을 받을지 의사를 묻는다”며 “이 때 누가 파는지, 추가 물량 여부를 확인하는데 삼성SDS와 삼성전자는 대주주 물량인데다 추가 물량이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할인폭이 더 컸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블록딜에서 2.4%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고 삼성SDS는 7.5~9%나 할인됐다. 삼성전자, 삼성SDS 모두 최근 주가가 저평가 구간임에도 할인폭이 컸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또 “매수 수요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히 삼성SDS의 할인폭이 큰 이유는 추가 매물 가능성 탓으로 추정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11만8713주(9.02%)나 보유해 추가 블록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납부액은 4000억원대 후반인데 배당수익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2.58%, 17.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이 관계자는 “추가 물량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고 했겠지만 이번에 파는 대주주들 외에 또 다른 1명이 남아있지 않느냐”며 “진짜 추가 물량이 없다면 할인률 폭이 더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판 대주주는 이서현·이부진 자매, 아직 남은 1명은 이재용 부회장을 뜻한다.

한편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을 특정 시점에 매각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금융사와 신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안다”며 “시점이나 매각 가격 등은 신탁사가 진행하는 사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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