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이재용의 ‘뉴삼성’ 바이오 본격 육성…전자·물산 2조 출자

박지은 기자 기사승인 2022. 03.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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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3조원대 유증에 2조여 원 출자
공장 확충·에피스 지분확보 등 활용
"바이오로 '제2 반도체 신화'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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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사업 육성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하는 3조2000억원대 유상증자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2조원대 실탄을 지원한 것이다.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해온 바이오 사업에 ‘큰 형님’ 전자와 물산이 힘을 보탰다. 바이오는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뉴 삼성’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과 만난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코로나 백신 수출 길이 열리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로 모인 재원을 제4공장 건설,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에 쓸 예정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다음달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2조968억원을 출자한다.

출자 금액은 삼성물산 1조2168억원, 삼성전자는 8800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출자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190만4239주를 추가 취득해 총 3064만6705주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138만477주를 추가 취득해 2221만7309주를 보유한다.

양사의 주주간 지위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합은 75%에 이른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43.44%, 삼성전자는 31.4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삼성전자가 삼성물산보다 더 적게 출자한 이유도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원 마련을 위해 3조2008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우리사주조합 12.5%, 구주주 87.5%를 대상으로 모집을 마쳤다. 신주 청약 예정일은 다음달 7~8일이다. 청약결과 부족한 재원은 보유 현금으로 채워넣을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지 11일 만에 오는 2023년까지 바이오,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5G·6G), 인공지능(AI), 로봇 등 8개 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겨온 바이오 사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가겠다는 각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전략사업이었던 반도체처럼 바이오를 키운다는데 의미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재원 3조2000억을 제4공장 건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확보에 쓸 계획이다. 먼저 1조2000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확보에 투입한다. 바이오 사업 진출 초창기 바이오젠과 맺은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의사결정 자율성을 확보하고, 유연한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재원 1조9000억원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능력 확대에 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4공장이 오는 2023년 완공되면 CDMO 생산능력만 62만 리터에 이른다.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의 생산능력 48만 리터를 압도하는 규모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공장, 제6공장 건설을 통해 생산능력 절대우위를 확대하고 바이오 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 신규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주목한 이유는 까다로운 생산 과정에 있다.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 의약품 제조시설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다루기 때문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바이오 의약품은 제조 과정이 박테리아에 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한 주의를 요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이밸류에이트파마는 바이오 의약품의 판매 금액이 올해 4190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564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은 3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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