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김동관 경영 승계 사업으로 태양광 낙점했던 배경은?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3. 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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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승계 지렛대, 태양광 어디로]上
김승연 지지 속 경영선과 입증 필요
석유화학과 시너지 창출 역량 충분
김동관, 신사업 주도로 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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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경영수업과 궤를 같이한다. 한화가 나스닥 상장사였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 진출한 2010년은 김 사장이 한화그룹에 입사한 해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이듬해인 2011년 한화솔라원(옛 솔라펀파워홀딩스)의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0여 년간 한화의 태양광을 담당해오고 있다.

김 사장이 태양광 사업에 발을 들인 건 부친인 김승연 회장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김 사장의 입사 직전 태양광 사업을 ‘미래 반도체’로 낙점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학업을 지속하고자 했던 김 사장을 한화에 입사하도록 권유한 것도 김 회장이다. 김 사장은 중학교 시절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다. 이런 덕분에 김 사장에 대한 부친의 총애도 극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이전부터 장남을 차기 후계자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분확보도 중요하지만, 경영 능력 입증도 무시할 수 없다. 오너가 자녀에게 신사업을 맡기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이유다. 김 회장 역시 태양광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김 사장에게 태양광 사업을 맡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태양광 사업에서의 성과가 향후 김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였던 점도 한몫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태양광 사업을 낙점한 배경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한화가 태양광 산업의 장밋빛 전망만을 보고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저가 공세를 벌이며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방증이다.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 비용 증가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도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는 태양광이 김 사장으로의 승계와 연관된 만큼 사업을 축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2008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태양광, 2차전지소재(양극재), 바이오시밀러 등을 검토했고, 이 중에서 태양광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결정했다.

이때는 한화뿐만 아니라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도 태양광 사업을 눈독들이던 시기다. 그만큼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전망됐다는 얘기다.

김 회장과 김 사장은 2010년 참석했던 다보스 포럼에서 태양광 기업 REC의 닥 오페달 회장, 도미닉 바튼 맥킨지 회장 등을 만나 태양광 사업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한화는 맥킨지로부터 약 3개월간 컨설팅을 받았고,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발언도 공개적으로 하고 다니기도 했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엔 사업 재편을 수년간 추진해 왔다. 여러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재편을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 회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이 2010년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로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하긴 했지만, 여러 계열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한화솔라홀딩스를 설립하고 솔라펀파워를 인수했다. 2011년 국내에서는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S&C가 지분을 보유한 한화솔라에너지(구 한화큐셀코리아)를 설립하면서 그룹 내 태양광 사업은 분산된 모습이었다.

2012년 한화는 독일의 태양광 업체 큐셀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는데, 큐셀을 인수한 곳은 한화솔라홀딩스다. 한화솔라홀딩스→한화큐셀인베스트먼트→한화큐셀 GmbH를 통해 큐셀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한화솔라원의 사명을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로 바꾸고 한화큐셀인베스트먼트와 합병시켰다. 이 한화큐셀은 국내에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큐셀을 설립했다.

2018년에 한화큐셀코리아(구 한화솔라에너지)와 한화첨단소재가 합병하며 한화큐셀앤드첨산소재가 출범했고, 이후 국내 한화큐셀이 보유했던 태양광 사업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 양도했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으로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면서 그룹 내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한화솔루션으로 일원화됐다.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과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 Ltd.)을 통해서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은 한화의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한화가 선점해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내외부 평가에 따라 태양광 사업을 미래 신사업으로 주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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