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2년째 적자수렁 ‘금호타이어’…시험대 오른 ‘가격인상’ ‘공장 이전’

박완준 기자 기사승인 2022. 02.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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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물류비 증가 발목
업계 최초 매출원가율 80% 돌파
노후된 광주공장 이전 쉽지 않아
고수익 비중 확대·가격인상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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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와 함께 국내 타이어 3사인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의 악재로 유일하게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와 이익결손금이 늘었고 자본규모가 줄어 올해 경쟁업체들과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사장)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원가율은 82.3%를 기록해 타이어 업계 3사 중 가장 높았다. 경쟁사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71.5%, 77.8%를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익성은 나쁘다.

문제는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제품 원가를 낮춰야 하지만, 금호타이어 매출원가율이 멈추지 않고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1~3분기 79.5%로 타이어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뒤 2020년 1~3분기 78.1%로 소폭 낮췄지만, 지난해 업계 최초로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금호타이어가 19.8% 오른 매출액 2조6012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손실 415억원을 보며 적자 폭을 키운 이유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가 타이어 업계 3사 중 매출원가율이 제일 높은 이유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대란 등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에 정 대표가 전략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타이어 제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천연고무의 가격은 지난 2020년 1톤당 172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210만원까지 상승했다. 아울러 해상 운임료도 지난해 초 2870.34포인트에서 올 초 5109.6포인트까지 상승하면서 집계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

영업손실이 장기화되면서 이익결손금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이익결손금은 5876억원에 이른다. 2020년 같은 기간 4822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가량 결손금이 더 누적된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호타이어의 자본 규모도 줄어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호타이어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만 1조1793억원으로 나타났다.

금호타이어는 1976년 준공된 노후 광주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매출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십년 된 설비를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해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불량율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광주공장 이전 및 공장 신축에 투입될 비용만 무려 1조2000억원대로 예상돼 올해 흑자전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 가능성으로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상승 등 시장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적자 폭이 커진 시점에서 정 사장의 공장 이전 계획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적자 해결 방안으로 제품 가격 5% 인상과 친환경·고수익 타이어 비중 확대를 꼽고 있다. 최근 채양기 금호타이어 사장은 “제품 단가를 높여서라도 올라간 재료비를 받아 낼 계획”이라며 “일단 판매를 잘해야 하고, (공장 이전 중인) 시설을 잘 갖춰 생산성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의 이전 계획은 가치평가 후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이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광주공장 매각으로 수익 실현을 한 뒤 새로운 스마트팩토리 공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신규 투자를 받을 계획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영업손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신차용 타이어 판매가 지난해 줄었기 때문에 올해 교체용 타이어 판매에서도 감소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타이어업계 모두 제품 단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얼마나 성공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을 지 각 사가 눈에 보이는 경영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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