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CJ家 3세들, 2년만에 보통주 매입… 승계 속도낸다

안소연 기자 기사승인 2022. 02. 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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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누나 이경후 실장과 CJ 보통주도 매입
올해 지분 11% 보유한 올리브영 상장도 예정
임원 승진 첫 해, 미주 중심 해외 성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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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이 올해 임원 승진과 함께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붙였다. 이 담당이 포함된 CJ그룹의 2022 임원인사 명단이 발표되자 재계에서는 ‘예정된 인사’라는 반응과 함께 그동안 초기 단계였던 지분 확대 과정에도 촉각을 세웠다. 실제로 인사 직후인 올해 1월 이 담당과 누나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나란히 지주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 회장의 CJ 지분은 42.07%로 한 자릿수인 이 담당·이 실장과는 격차가 큰 상태다. 추후 원활한 증여 혹은 상속을 위해서는 관련 지분 확대를 미룰 수만은 없다. 이에 남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신형우선주를 꾸준히 매입하면서 미래를 도모해 왔다. 또한 상속 시 최고세율 50~60% 등을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자금도 꾸준히 축적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 담당이 지분 11.09%를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재계에서는 이 담당이 추후 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CJ 지분 확대에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올해가 CJ그룹으로서는 승계의 분수령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선호 담당은 지난달 보통주 3만3962주를 매입했다. 이는 이경후 실장 매입분(2만3316주)보다 약 1만주 더 많다. 같은 기간 신형우선주(CJ4우)도 이선호 담당 1만5738주, 이경후 실장 8584주를 매입했지만 남매는 지난해까지도 CJ4우를 지속적으로 매입했고, 보통주 매입은 약 2년 만이다. 이 기간 CJ의 주가가 7만~8만원대로 비교적 낮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경후·이선호 남매는 각각 보통주 36만9405주·83만6654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둘이 보유하고 있는 CJ4우는 오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돼 이 지분까지 고려하면 현재 기준 이경후 4.28%, 이선호 5.8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배당금이 상향된 점도 주목된다. 배당금 인상은 주주환원정책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주주들에게는 승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CJ는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15% 늘린 2300원을 배당한다고 14일 공시했으며, CJ4우도 같은 금액을 배당한다. 이에 따라 이재현 회장은 CJ에서 282억3382만원, 이선호 담당은 45억1000만원, 이경후 실장은 약 33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물론 배당금 인상에는 좋은 실적을 냈다는 이유도 붙는다. CJ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7.8% 증가한 34조484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88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35.3% 신장한 수치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사상 최대실적을 내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은 CJ가 지분 51.15%를 들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이 담당의 지분율이 높다. 이경후 실장의 지분율은 4.26%다. 따라서 CJ올리브영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게 이 담당의 승계에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3월 프리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약 1조836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지분 22.56%를 사들일 때 주당 가격이 16만9560원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이선호 담당의 지분 가치를 계산해 보면 203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은 변수다. 주요 유통사들의 기업 가치를 살펴보면 롯데쇼핑이 2조4000억원, 이마트가 3조6000억원, 현대백화점이 1조8000억원 수준으로, CJ올리브영이 실제 얼마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CJ는 리스크 제거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CJ는 벤처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이 담당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자회사다. 따라서 오너일가가 관련 기업가치를 활용해 승계 재원에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CJ가 인수하면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 CJ 임원으로 승진한 이선호 담당의 경영 성과도 중요하다. 복귀한 지 1년 만의 인사인 만큼 CJ가 중시하는 해외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현재의 그룹 상황을 ‘성장 정체’라고 진단하며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이 회장이 내세운 미래성장 키워드는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로,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의 중요도도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담당의 직책도 해외사업과 밀접하다.

CJ 관계자는 “타임와이즈 인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이선호 담당의 조직은 미주 중심 글로벌 성장 전략과 함께 플랜트 베이스드 미트(Plant Based meat·식물성 육류) 등 미래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 선도를 위한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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