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이재용 동행도 못 피한 주가하락…삼성전자 투자사 12곳 중 8곳 손실

홍선미 기자 기사승인 2022. 02. 10. 18:17

  • 카카오톡 링크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주소복사
  • 기사프린트
  • 글자 작게
  • 글자 크게
삼성전자, 10년간 반도체소재 등 투자
안정적 공급망 확보·中企와 상생 노려
증시 약세 속 초기자본보다 가치 '뚝'
"성적 안좋아도 국내투자 계속될 듯"
basic_2022
KakaoTalk_20220126_181219962
삼성전자가 최근 10여년 간 투자한 국내 반도체 소재, 장비 상장사 12곳 중 8곳은 삼성이 투입한 초기자본보다 주식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 소재 등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동행 철학’을 실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근 10여년 간 국내 중소기업에 꾸준히 지분을 투자했다.

삼성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은 운용 자금과 수주 등을 보장하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것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여타 기업보다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특히 중소기업이 중심인 코스닥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메리트’도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의 투자를 발판으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며 이들 기업이 성장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원익IPS가 삼성전자의 투자를 기점으로 5년 새 매출액이 5배 가까이 급증한 점, 솔브레인이 1년 새 매출을 두배로 키운 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투자한 12곳 중 9곳 주가, 최초 투자시점 보다 ‘아래’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투자한 국내 반도체 소재, 장비 관련 상장사 12곳 중 9곳은 삼성의 최초 지분 투자 당시 주가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8곳에서 손실을 봤다.

삼성전자는 2013년 12월 반도체 장비기업인 원익IPS에 154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에프에스티 등 지난해까지 총 12개의 국내 반도체 장비, 소재 관련 상장사에 투자했다. 개별 기업당 120억원에서 많게는 65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해, 초기 투자금액을 모두 합산하면 3652억원이다.

특히 기존 제조 회사를 분할하고 지주회사가 된 솔브레인홀딩스와 원익홀딩스의 주가는 초기 투자금의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났거나 그 아래로 떨어져 수익률을 갈아먹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솔브레인홀딩스에 2017년 11월 307억원(46만2000주, 지분율 2.2%)을 투자했다. 취득당시 7만900원이었던 솔브레인홀딩스의 주가는 이달 9일 30200원을 기록해 58% 가량이 증발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솔브레인홀딩스 주식수로 환산하면 139억원 가량으로 초기 투자금에서 168억원이나 줄었다.

원익홀딩스의 경우 154억원(175만9000주, 지분율 2.3%)이었던 삼성전자의 초기 투자 금액은 83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 투자한 8곳 중 솔브레인과 와이아이케이를 제외한 6곳에서 손해를 봤다. 에스앤에스텍, 에프에스티, 디엔에프 등은 투자 당시보다 주가가 20~30% 가량 하락했다.

이 중 삼성전자 중소기업 투자로는 가장 큰 금액인 660억원을 투자한 에스앤에스텍(171만6000주, 8%)은 최근 주식 가치가 526억원으로 떨어져 1년 반만에 투자액이 20% 가까이 빠졌다. 다만 떨어지는 주가와 별개로 에스앤에스텍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새 각각 13%, 14.5% 가량 늘었다.

케이씨텍, 엘오티베큠, 뉴파워프라즈마 등 3곳은 삼성전자의 최초 투자금액의 1~2%가 줄었다.

◇원익IPS·솔브레인, 초기 투자액의 3~5배 증가
반면 원익홀딩스의 자회사인 원익IPS는 162억원의 초기 투자액이 최근 689억원으로 4배 이상 치솟아 삼성전자가 투자한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 대조를 보였다. 원익IPS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결정한 2016년 연간 매출액이 2441억원(영업이익 28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조2800억원(1830억원)으로 5년 새 규모가 5배 이상 폭증했다.

솔브레인홀딩스의 자회사인 솔브레인 역시 2020년 7월 최초 투자금액 248억원(37만3000주, 4.8%)이었던 1년 반 사이 890억원을 기록해 3.5배 이상 뛰었다. 매출 역시 2020년 4701억원에서 2021년 1조399억원으로 2.3배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한 반도체 장비 소재사 대부분은 코스닥 상장사로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가장 크게 여파를 받는 곳들”이라며 “그래도 최근 반도체 주가가 조금씩 살아나며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 투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 장비 공급망 불안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 투자는 생산 안정성을 도모하는 좋은 보험이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키옥시아 일본 공장이 소재 결함으로 생산 자체를 중단한 사례 등을 보면, 투자 성적이 좋지 않다 해도 소재, 부품, 장비 기업 투자로 생산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국내 업체에 투자하면 해외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소재,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다”며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 중단 사태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을 보면 삼성전자가 생산 안정성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 투자라는 플랜비를 가동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