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동국제강, 아직 먼 4세 경영...장자승계 변수는?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2. 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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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회장·장세욱 부회장
작년 13년만에 최대 영업익
승계방식 '정공법' 선택할 듯
자녀들 조금씩 지분매입 시작
아직 개인 지분은 1%도 안돼
업무·경영능력 입증도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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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동국제강이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의 ‘형제경영’ 체제가 안착되며 지난해도 호실적을 거뒀다. 관심은 승계에 집중된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올해 한국나이로 70대에 접어든 데다, 지난해 소폭이지만 오너가 4세들의 지분 매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승계가 사실상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장세주 회장이 지분 13.94%를 보유한 최대주주, 장세욱 부회장은 9.4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반면 아직 4세들의 보유 지분은 각각 1% 미만이다. 지분 승계 방식은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봉과 배당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점차 지분을 늘려갈 것이라는 의미다. 이외에도 오너 일가가 보유한 인터지스 지분이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4세들 중 유일하게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경영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장선익 동국제강 상무도 승계가 본격화되려면 경영 능력을 증명할 만한 계기가 필요하다. 장세욱 부회장은 조카 장 상무에 대해 “현장 경험을 더 해야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 상무는 올해 41세로, 다른 그룹 후계자들과 비교하면 조만간 요직으로 이동해 승계 명분을 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대표이사인 장세욱 부회장이 아직 61세로 총수 중에선 젊은 편이기 때문에 장 부회장 자녀에게 승계할 시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직 장 부회장 자녀들은 동국제강에 적을 두지 않았지만, 승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보통 재계에서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 차남에게 승계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앞서 SK의 경우에도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아닌 동생 최종현 회장 일가로 승계가 이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형제경영’ 체제로 이끌고 있는 동국제강이 지난해 13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매출 7조2403억원, 영업이익 8030억원, 당기순이익 6056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브라질 CSP 제철소 수익을 실현하면서 지분법이익에 따라 큰 폭 늘었다. 그에 따라 배당도 주당 400원으로 전년 대비 2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 장세주 회장의 구속과 철강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장세욱 부회장이 등판해 수익구조를 다시 공고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18년 출소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으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형제경영이 안착했다는 평가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지분 13.9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고, 장세욱 부회장은 지분 9.43%을 보유한 2대 주주지만 대표이사로 대외 활동 및 경영 일선에 나서 있다.

승계 절차도 천천히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자녀들인 오너가 4세들이 조금씩 동국제강 지분을 매수하면서다. 지난해 말 장세주 회장의 둘째 아들인 장승익씨는 동국제강 지분 0.1%를 추가 매입하면서 지분율 0.37%을 보유하게 됐다. 그에 앞서 장세욱 부회장의 자녀인 장훈익, 장효진 씨도 각각 1만주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동국제강 지분율을 0.01%포인트 끌어올렸다.

장세주 회장 장남인 장선익 상무는 동생들에 비해 앞서 있다. 지난 2019년 장세주 회장으로부터 주식 10만주를 증여받은 이후, 조금씩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현재 0.83% 수준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장 상무로의 승계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장 상무는 올해 41세로,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반면 장세욱 부회장 자녀인 훈익 씨(34세), 효진 씨(29세)와 장세주 회장 둘째 아들인 승익 씨(26세)는 아직 동국제강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 상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재 인천 공장 생산담당 상무로 재직하며 현장 경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07년에 입사한 이후 경영 전략 등을 주로 담당했지만, 아직 경영 능력이 입증될 계기는 특별히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장 부회장은 올해 61세로 철강업계에서도 젊은 CEO인 편이라, 본인 자녀들에 대한 승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대외 활동을 장 부회장이 챙기고, 물밑에서 장 회장이 움직이는 형제 경영 체제가 안착된 만큼 승계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동국제강은 오너 일가라도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세주 회장도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공장 생산직을 거쳤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럭스틸 출시 10년 기자간담회에서 장 상무에 대해 “아직 공장에서 더 일을 해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분 승계는 ‘정공법’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봉과 배당금 등으로 재원을 확보해 천천히 지분을 승계하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장 회장은 두 아들과 아내에게 10만주씩 증여한 바 있기도 하다. 지난 2012년에 이어 7년만의 증여였다.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이 매해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020년 결산 배당만 보더라도 장세주 회장은 세전 약 26억원, 장세욱 부회장도 약 1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선익 상무도 세전 1억5000만원 가량의 배당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연봉도 적지않다. 지난 2020년 장세주 회장은 약 40억원, 장세욱 회장은 약 33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또 4세들이 각각 1.75%씩 지분을 보유한 동국제강 산하 물류 자회사 인터지스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인터지스는 시가총액 940억 규모의 동국제강 산하 물류 자회사다. 오너 4세들은 지난 2006년 설립한 디케이에스앤드와 인터지스의 합병을 통해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게 됐다. 디케이에스앤드는 전 동국제강과 옛 동국통운, 오너일가가 자본을 납입해 설립했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해 장세욱 부회장이 직접 언급했듯 아직 승계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현재 형제 경영 체제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승계 등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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