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회장, 순환출자 해소 급해
모비스 지분 사들이려면 5조 필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발목'
전문가 "대선 변수, 재편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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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풀고 있는 그룹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숙제가 주춤한 모양새다. 향후 변수로 작용할 대통령 선거가 목전이고 지난달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하는 등 시동도 걸린 상태이지만 조단위 자금줄이 돼 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가 발목을 잡았다. 정 회장이 지분을 확보해야 할 ‘지배구조 정점’의 현대모비스 기업 가치가 롤러코스터를 타다 다시 4년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시장에선 당시 계획을 재추진 할 것이란 재편 가속화설과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동시에 흘러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아와 현대제철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23.14%를 사들이려면 5조764억원( 종가기준)이 필요하다. 4년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시점인 2018년 3월28일 5조7218억원과 비교하면 11.3% 가량 부담이 줄었다. 이 비용은 2020년 3월19일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2조822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지난해 1월 21일 주식 붐을 타고 7조8990억원까지 불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끊어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 분할·합병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 된 이후 4년째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 가치 산출이지만, 다양한 재편 시나리오를 반영해도 결국 사들여야 하는 현대모비스의 주식 가치가 낮을수록 정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유리한 상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법은 현대모비스를 존속부문과 모듈·AS사업부문으로 나눈 후 상장,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4년 전 추진됐던 시나리오로, 정 회장 지배력을 가장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시간이 다소 오래 소요 된다는 단점이 있다.
별도의 지배구조 개편 없이 정 회장이 장기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는 방식도 거론된다. 단순하지만 개편 장기화에 따라 주가가 요동 치는 등 변수가 많은 것은 부담이다. 현대모비스를 분할 하지 않고 정 회장이 모비스 유증에 보유 계열사 지분을 현물 출자해 참여하는 방식도 있다. 가장 빠르게 지배력을 챙길 수 있지만 양도소득세 부담과 제3자배전 유증에 대한 명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분할과 합병 없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기 위해 활용 할 카드는 직접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19.99%는 이날 종가 기준 1조3012억원, 현대차 2.62%는 1조357억원, 기아 1.74%는 5670억원, 현대오토에버 7.33%는 2442억원, 현대모비스 0.32%는 703억원, 현대위아 1.95%는 362억원, 이노션 2.0%는 206억원 규모다.
총 3조2752억원 규모로, 여기에 최근 돌연 상장을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분 11.7%는 추후 회사 평가에 따라 약 1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상장 가능성이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까지 포함하면 자금동원력은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예정 돼 있는 대통령 선거를 정 회장이 지배구조 재편을 서둘러야 할 중요 이유로 보고 있다. 대선 이후 정책과 여론까지 판이 바뀌어 버리면 애써 구상해 온 재편 시나리오에 변수가 넘쳐날 수 있어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비록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연기됐지만 지난달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있었고 다음달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면서 “재편이 가속화 될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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