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금호석유화학 3세 승계 시작됐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에 난항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2. 02. 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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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급 실적…승계작업 적기
박찬구 장남 박준경 '후계자'로 지목
경영능력 입증 및 주가관리 등 급해
지분 쥔 박철완과 '불씨 제거'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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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오너 3세로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상태지만,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 장녀 박주형 전무는 모두 금호석화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자마자 용퇴를 결정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고령인 박 회장이 승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박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만 74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호석화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사장과 박 전무는 각각 영업본부장, 구매재무담당으로 금호석화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은 소탈하고 격의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 부사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분율 확대가 필요하다. 향후 박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 불씨를 없애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직접 매입하거나 박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아야 하는데, 두 방안 모두 자금 부담이 크다. 특히 박 회장의 지분가치는 이날 기준 3000억원에 달하는데, 증여세는 50%인 1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 외의 분야에서 경영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기 신성장동력 발굴 등 신사업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고, 호실적 대비 저평가되고 있는 주가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 회장과 자녀들이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율은 14.92%다. 박 회장 6.73%, 박 부사장 7.21%, 박 전무 0.98% 등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와 비교했을 때 지분율이 소폭 낮아졌지만, 주식수에는 변동이 없다. 자사주 소각 등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박 회장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박 전 상무는 8.58%의 금호석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누나 박은형·박은경·박은혜씨에게 각각 0.5%씩 증여하며 비중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모친인 김형일 씨(0.09%),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5%) 등도 특수관계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분쟁 당시 박 전 상무 혼자 10% 지분을 들고 있었지만,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을 포함해 현재는 10.22%로 소폭 높아졌다.

박 부사장의 경우 박 회장과 박 전무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박 전 상무보다는 낮다. 박 부사장이 지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향후 박 부사장이 박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을 수도 있지만 증여세 등 자금 부담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가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경영권 불씨가 일단락됐지만,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불씨가 없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양 측이 다시 지분 대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박 회장 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 기준으로는 여전히 박 전 상무가 최대주주인데다, 금호석화 지분 6%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지난해 매출 8조3711억원, 영업이익 2조484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현재 박 부사장은 영업, 박 전무는 구매재무 담당이지만, 향후 금호석화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호실적 대비 저평가되고 있는 주가 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금호석화의 주가는 이날 14만8000원을 기록했는데, 최근 1년내 장중 최고가인 29만85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당시 박 전 상무가 배당 확대, 기업가치 정상화 등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했던 만큼 주가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 기준 금호석화의 소액주주 비중은 60%를 넘는다.

다만 금호석화 관계자는 “3세 승계와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과 관련된 사항은 회사에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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