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세아 오너일가가 ‘부동산 투자회사’에 애정 쏟는 이유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1.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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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사장, 에이치피피 설립해 키워
이주성 사장, 에이팩인베스터스 보유
개인회사, 3세승계 자금줄 역할 톡톡
상속세 마련 창구·지배력 강화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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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세아그룹 오너일가가 기존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개인 부동산 투자 회사’를 경영권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통은 오너 일가는 지주사를 통해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세아그룹의 경우 오너일가의 개인 지분 외에도 투자법인이 함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형태다.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분을 매입하는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던 3세들이 임시방편으로 개인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는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출범한 셈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은 부동산 투자 및 임대업을 주 목적으로 하는 ‘에이치피피(HPP)’를 설립해 강관 기업을 인수, 계열사에 양도하면서 성장시켰다. 해당 회사 자본을 활용해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세아홀딩스 지분을 인수해 증여세를 아끼고, 지배력을 키웠다.

비슷하게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은 사촌 이태성 사장과 함께 설립했던 ’세대에셋’을 토대로 ‘에이팩인베스터스‘라는 부동산 회사 지분을 20%대로 확대했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이순형 회장도 지분 78%를 보유한 회사로,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다. 결론적으로 HPP는 세아홀딩스 지분 9.38%를,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세아제강지주 지분 22.82%를 각각 보유해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개인회사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재원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이태성 사장은 이운형 전 회장 작고 이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세대에셋(당시 세대스틸) 지분과 상속받은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을 매각, 소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막대한 1700억원대 상속세를 납부하고도 세아홀딩스 지배력은 공고히 유지할 수 있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아그룹 내 두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의 지배구조에는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들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두 오너 3세가 각각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의 개인 최대 주주로 이미 공고한 지배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개인 회사들의 지분율도 적지 않아 지배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너 일가가 개인회사에 쏟는 애정도 각별하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아내 채문선 씨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HPP는 지난 2014년 설립됐다. 이후 이태성 사장은 약 10차례에 걸쳐 약 8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유상증자를 해왔다.

부동산투자 및 경영컨설팅회사답게 여러 벤처기업, 펀드 등에 투자해왔으나, 눈에 띄는 투자는 강관 업체인 씨티씨 인수다. HPP는 당시 재무구조가 악화돼있던 씨티씨를 30억원 가량에 인수해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이태성 사장은 본인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도 받아 자금을 투입했다. 씨티씨는 약 3년후 세아홀딩스 손자회사 세아창원특수강에 양도됐다. 양도자금은 100억원이다.

HPP는 세아홀딩스 지분을 이순형 세아 회장으로부터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이순형 회장이 보유하던 세아홀딩스 주식을 HPP를 통해 매입하면서 증여세보다는 낮은 세율로 지배력을 확대한 셈이다.

그에 앞서 역사가 깊은 오너일가 회사는 에이팩인베스터스다. 해당 회사는 1960년 설립된 해덕기업을 전신으로 한다. 원래 고 이운형 회장 지분이 45.6%, 이순형 세아 회장이 지분 35.6%를 보유한 회사였으나, 이운형 전 회장 사망 후 이 회장 아내인 박의숙 씨와 아들 이태성 사장이 상속받았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두사람 지분은 감자를 통해 현금화했다.

또 에이팩인베스터스는 그에 앞서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이 설립했던 회사 ‘세대스틸’과도 관련이 깊다. 세대스틸은 2004년 해덕기업의 산하 기업인 해덕스틸로부터 강관 판매 사업을 양도받아 성장했다. 이후 2012년 사업부를 다시 해덕스틸에 매각하고, 양도차액을 총 75억원 가량 받았다. 양수 당시 7억8000만원에서 약 10배가 뛰었다.

2013년 갑작스러운 이운형 회장의 작고로 이태성 사장은 본인이 보유했던 세대스틸 지분을 이주성 사장에게 전량 매각했다. 그 후 세대에셋으로 사명을 바꾼 뒤 점차 유상감자, 유상소각 등으로 현금화를 진행하고, 결국 다시 해덕기업에 흡수합병됐다. 세대에셋 최대주주던 이주성 사장은 자연스럽게 해덕기업(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을 늘릴 수 있었다.

이처럼 두 오너가 회사는 3세의 승계 절차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특히 ‘자금줄’로의 활용이 돋보인다. 승계를 위해 필요한 증여세, 상속세 마련 창구일 뿐만 아니라 지배력 강화 역할도 하는 만큼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두 3세들은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내야할 세금은 확실하고 투명하게 납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개인회사 활용은 앞으로도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ESG경영 화두 등으로 오너들의 개인 회사는 현재 경영회사와 지분관계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단순투자목적의 소량인경우가 많다”며 “세아그룹도 어느정도 점차 비중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선대 회장의 작고로 지분 매각, 정리가 이뤄지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면이 있다”며 “워낙 세금 납부 등에 철저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 세금을 납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아홀딩스 산하 특수강·소재 전문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은 이날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강 전문 지주사를 두고, 사업부를 별도로 챙기면서 자회사간 시너지 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세아홀딩스가 사실상 그룹 최상위 구조로 올라선 셈이다. 세아홀딩스가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사실상 그룹 내실을 챙기는 역할을 맡고, 제강지주는 강관 사업 컨트롤타워, 세아베스틸지주(가칭)은 특수강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각각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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