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사촌경영’ 이태성·이주성, 세아 차기 회장 시험대로

이지선 기자 기사승인 2022. 01. 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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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홀딩스·제강지주 경영 전면에
각각 특수강·강관 맡아 '독립경영'
자산규모·역할 등 체급 차이 선명
향후 승계 맞물려 잡음발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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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 세아 그룹 내 두 핵심 지주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세아제강지주는 강관 사업을 중심으로 한다. 두 지주사가 역할이나 규모에서 차이가 명확한 만큼, 사촌간의 경영 시너지는 향후 그룹 성장을 가늠할 단초가 될 수 있다.

다만 각자 맡은 두 지주회사의 ‘체급차이’는 사촌경영의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세아홀딩스는 연결 기준으로 4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세아제강지주는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세간의 관심은 향후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뒤를 누가 이을지에 쏠린다.

세아그룹이 그동안 가족경영을 꾸준히 이어와 사촌경영 체제를 꾸릴 가능성도 있으나, 그룹 전반으로 봐도 세아제강지주보다는 세아홀딩스가 주축에 가깝다. 세아홀딩스 산하의 특수강이 그룹 핵심 수익원이고, 미래먹거리, 해외 진출·투자 등도 세아홀딩스가 주도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지주사 규모도 크고, 주요 수익원을 보유한 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태성 사장이 다음 회장직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만약 이주성 사장이 세아제강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세아제강지주를 성장시킨다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세아제강지주가 세아홀딩스보다 시가총액은 약 200억원 가량 앞서 있다. 또 현재 이순형 회장을 포함한 이주성 사장 가족은 세아홀딩스 지분 29%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 3세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이 대표이사를 각각 맡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의 자산규모 차이가 약 2배가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성 사장은 고 이운형 전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이주성 사장은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세아홀딩스는 연결 기준으로 자기자본 2.8조원, 매출 4조원대를 내는 회사다. 반면 세아제강지주는 연결 자기자본이 1.5조원으로 세아홀딩스의 절반 수준이고, 매출 또한 2조원대에 불과하다.

두 사촌지간의 독립경영은 지난 2013년부터 설계됐다. 당시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갑자기 작고하면서 아들 이태성 사장이 지분을 상속받게 됐고, 이 사장은 당시 상속세 1700억원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세아제강 지분을 매각했다.

세아제강은 지난 2019년 산하 해외 법인 등 여러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 총괄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사업회사 세아제강을 분할하고,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주성 사장은 본인의 세아제강(신설) 지분을 매각하고, 존속 세아제강지주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개인 최대 주주가 됐다.

각자 두 지주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특수강 등의 사업부문은 이태성 사장이, 강관 사업은 이주성 사장이 맡는 독립경영 체제가 더욱 확고해졌다. 이태성 사장은 2014년 세아홀딩스 상무로, 이주성 사장도 같은해 세아제강 상무로 자리를 잡아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2018년 동시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사장까지 오른 것이다.

두 사람의 승진은 각 지주사의 꾸준한 성장이 뒷받침됐다. 성장폭은 세아제강지주가 가파르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자산규모가 2013년말 대비 32% 증가했다. 세아홀딩스는 22% 증가했다. 수익성도 세아제강지주가 나은 모습이다. 2018년 이후 최근 3년간 세아홀딩스는 매출액이 지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아제강지주는 지난해 코로나19 크게 매출이 꺾이기 전까지 매출 증가세가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두 지주사의 사업 구조나 이익 규모 등의 차이는 여전하다. 이는 향후 ‘사촌경영’ 과정에서 잡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축 계열사만 봐도 체력 차이가 크다. 세아홀딩스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세아베스틸은 자기자본 1.5조 규모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5조, 영업이익 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강을 생산하면서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세아제강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세아제강은 자기자본 6557억원 수준으로, 매출은 1조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까지 800억원을 냈다. 세아제강지주는 강관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건설 업황 등의 대외 시황을 크게 타는 사업이다. 따라서 세아제강은 에너지 사업, 친환경 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독립경영체제지만, 향후 그룹 경영 총괄을 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확실하게 세아홀딩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세아제강지주가 강관사업 외에도 신사업으로 세를 키울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계열분리 가능성도 새나오지만, 두 지주사 산하 계열사가 서로 원재료 수입 등 연관성이 높은 탓에 계열분리 이점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그룹 선대 회장이 형제간 우애가 두터웠던 터라 사촌간에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각자 나눠 맡은 사업의 격차가 좁혀지게 된다면 승계 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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