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신동빈式 구조조정 통했나…롯데쇼핑 재무건전성 개선 청신호?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1. 12.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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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203개 줄여 리스부채 6000억↓
현금비율 19→34%…재무구조 개선
코로나19에 꺾인 매출 등 회복 더뎌
한샘 시너지·온라인 성장 반등 관건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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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구조조정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들에 강력한 체질개선을 요구했는데, 롯데쇼핑은 그 일환으로 오프라인 점포 정리,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오프라인 점포 총 203개를 줄이는 등 강도높은 변화를 꾀한 결과 롯데쇼핑의 리스부채는 2년 만에 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퇴직금 등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만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실적 개선이라는 남겨진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롯데쇼핑은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이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롯데하이마트, 롯데컬처웍스,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등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도 절실한 이유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에도 현금창출력 회복 속도가 더디고 차입금 부담이 여전히 높다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상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줄었지만,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경우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이마트는 올해 대규모 M&A를 진행하면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 회장 역시 온라인 사업 강화 등 롯데쇼핑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 전문가인 김상현 부회장을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영입하면서다.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그룹이 외부인사를 롯데쇼핑 수장에 앉히면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으로 현금창출력이 높아지면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쇼핑이 이마트처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채비율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리스부채는 지난 2019년 6조7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6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리스부채 감소에는 롯데쇼핑이 최근 2년 간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임차 점포 정리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초 일본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2년 간 롯데쇼핑은 백화점 1개, 마트 12개, 슈퍼 124개, 롭스 66개 등 총 203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인적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월드몰·타워 지분 등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롯데쇼핑이 다방면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무건전성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현금비율은 지난 2019년 말 19%에서 34%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현금성자산이 3조2000억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74%에서 76%로 소폭 올랐고, 부채비율은 188%에서 181%로 낮아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2285억원) 대비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46억원에서 983억원으로 40% 줄어들었다.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하이마트, 롯데컬처웍스 등의 순이익은 줄어들었고, 우리홈쇼핑의 적자 규모는 확대됐다.

이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3분기 누적 이마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8조724억원, 239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세가 동종업계 대비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적 부진은 현금창출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분기 기준 1조원 수준으로 2019년(1조900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의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에 대해 “국내외 점포 효율성 개선으로 실적 개선 노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지속, 온라인 소비 확대 등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점포 운영효율성 개선, 운영경비 절감 등으로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업환경 등으로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비용 증가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샘, 중고나라 투자 등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향후 재무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이마트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13%에서 올해 3분기 말 129%까지 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롯데쇼핑을 이끌 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M&A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롯데쇼핑이 인수한 한샘 등과의 시너지 창출, 롯데온 등 온라인 사업 강화 여부, 자회사 성적에 따라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M&A 계획이나 재무구조 개선 관련 방안에 대해서 공개할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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