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효성 조현준, 갤럭시아메타버스 덕에 석달새 지분가치 1000억 증가

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1. 12.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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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아메타버스 통해 NFT 진출 호재
박스권 갇혀있다 올 들어 주가 250%↑
NFT서비스 외에는 주가상승 동력 없어
"성과 내려면 2~3년 걸려…투자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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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가 올해 들어 급등했다. 주가상승률은 20일 현재 기준 작년 말 대비 250%를 넘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갤럭시아머니트리는 휴대폰소액결제 사업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특이한 점은 조 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좁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별다른 호재가 없어 지난 5년간 1600~6000원선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이례적인 주가 고공행진은 시장에서 ‘핫’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전문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갤럭시아메타버스는 NFT를 내세우며 모회사 주가 띄우기엔 성공했지만, 실상은 5개월 연속 자금 수혈로 연명하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 49% 감소하면서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올해 순이익도 11% 줄어들 전망이다. 열악한 재무 상황 속에서 NFT 호재 덕에 조 회장의 지분 가치는 10월 초(736억원) 대비 현재(1682억원) 석달 새 946억원 늘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사업 확장에 따른 주가 상승 덕에 조 회장 자산도 저절로 커진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NFT의 ‘거품 붕괴’ 우려가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NFT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만큼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분 32.9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종가는 1만3000원으로 지난해 말 3625원 대비 258.6%(9375원) 올랐다. 100%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를 설립한 5월 21일 주가는 6560원으로, 작년 말 대비 2배가량 뛰었다. 본격적으로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건 갤럭시아메타버스를 통해 NFT 거래 플랫폼을 오픈한 11월부터다. NFT 거래 플랫폼은 무형자산인 디지털 파일이나 기존 실물자산에 고윳값을 입력한 NFT를 사고파는 일종의 ‘거래 장터’를 말한다.

오픈 당일 주가는 2007년 코스닥 상장 후 14년 만에 최초로 1만원을 돌파했다. 이어 오픈 8거래일 만에 88.7%(9400원) 상승하며 장중 역대 최고치인 2만원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에 갤럭시아머니트리는 같은 달 29일 자사주 전량(3.41%)을 211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 ‘떡상’ 재료로 급부상한 NFT를 주사업으로 내세운 갤럭시아메타버스가 주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가 출시한 NFT 거래 플랫폼 ‘메타갤럭시아’가 주가 상승 요인”이라며 “NFT 거래 서비스 등을 통해 메타버스 기반 핀테크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공식 블로그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결합이 가져올 싱귤래리티 시대를 대비해 NFT 시장에 진출했다고 소개하는 등 갤럭시아메타버스의 NFT 플랫폼 사업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갤럭시아머니트리에는 자회사의 NFT 서비스 외에는 뚜렷한 주가 상승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사업영역인 전자결제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 확산에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갤럭시아머니트리 매출 비중 52.8%를 차지하는 휴대폰소액결제 사업의 시장 규모는 7조원(지난해 예상치)에 그친다. 신용카드 결제시장이 155조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 파이 자체가 작은 셈이다. 이 조차도 다날과 KG모빌리언스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도 신용카드결제 시장에 진출해 있으나, 점유율은 5% 미만이다. 갤럭시머니트리가 NFT를 내건 갤럭시아메타버스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갤럭시아머니트리는 갤럭시아메타버스에 매달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8월 2억800만원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9회에 걸쳐 총 5억800만원을 대여해줬다. 자금 지원은 주가에 악영향 미치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갤럭시아메타버스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가 다시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갤럭시아메타버스 또한 모회사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감도 더 커질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갤럭시아메타버스의 당기순손실은 7700만원이고,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7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NFT 사업은 이제 막 개화한 초기시장인데다 저작권법과의 충돌 등 법적 여건도 미흡해 제대로 된 실적 성과를 이루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NFT 거래는 실질적인 자산 가치를 담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 투기성 요인이 거품이 돼서 가격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NFT 거래 수단인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NFT가 실적 개선 수혜로 이어지기까지 길게는 2~3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5년부터 갤럭시아머니트리 3대 주주였던 범 LG가(家) 3세 구본호씨는 지난 3월 16~18일 총 41만806주(1.05%)를 38억원에 팔아 23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 반면 조현준 회장은 지난 4월 말 17만8063주(0.45%)를 장외 매수하며 다른 행보를 보였다. 당일 장내 종가는 7230원이었으나 장외로 2배 비싸게 사들였다. 구씨는 조 회장과 평소 친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한 종목마다 주가 올라서 과거 ‘코스닥 큰손’으로 이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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