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킨앤파트너스, SK 계열사 기준 부합… ‘고의’누락 여부가 관건

이선영,최서윤 기자 기사승인 2021. 11. 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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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업집단 자료서 누락 포착
"존재 알고도 뺐나"…연내 결과 발표
대장동 특혜 의혹 연루…정치권 주목
자금 댄 최기원, 실질적 지배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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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선 ‘킨앤파트너스(현 플레이스포)’가 SK그룹 계열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업집단 범위 기준에 따라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킨앤파트너스를 이미 SK 계열사로 인지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연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킨앤파트너스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장동 개발 초기인 2015년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총 457억원의 자금을 대여·투자한 곳인데, 이 돈의 출처는 최 이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와 자회사 플레이스포에 각각 626억원, 505억원 등 총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대여했다. 사실상 최 이사장의 자금으로 회사가 운영된 셈이다. 최 이사장은 단순 자금만 빌려준 게 아니라 대표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킨앤파트너스를 SK 계열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다.

관건은 자료 누락의 ‘고의’ 여부다. 고의누락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공정위는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게 된다. 다만 킨앤파트너스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탓에 공정위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데,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자니 정치권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어 공정위의 고민도 크다.

10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공정위가 입수한 자료에는 플레이스포(킨앤파트너스)의 주력 사업인 ‘플레이스 캠프 제주’ 호텔 사업을 단독으로 매각할 수 없고, 개인차입처인 최 이사장과의 상호 동의가 있어야 매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최 이사장의 동의가 있어야만 회사의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킨앤파트너스는 지난 6월 100% 자회사였던 플레이스포에 흡수합병된 상황이다.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와 플레이스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주요 자금 차입처인데다, 이 곳의 대표가 최 이사장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설립된 2013년 이후 최 이사장이 두 회사에 빌려준 자금은 1131억원에 달한다. 킨앤파트너스 626억원, 플레이스포 505억원 등이다. 킨앤파트너스가 설립 초기에 자금을 빌린 곳은 최 이사장 한 명뿐이었다.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이자로 200억원 이상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레이스포에서는 약 90억원의 이자를 받아야 하지만, 이자 지급 유예 약정에 따라 미지급비용과 장기미지급비용으로 계상돼 있다. 킨앤파트너스는 이 자금 중 일부를 화천대유에 빌려줬는데 2015년부터 약 457억원을 투입했다.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로부터 받게 될 투자수익금은 8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킨앤파트너스의 전 대표인 박중수, 이지훈, 김문호 세 사람이 모두 최 이사장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킨앤파트너스의 자금도 최 이사장의 영향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최 이사장과 킨앤파트너스의 전·현직 대표의 연결고리는 ‘재단’이다. 최 이사장은 SK행복나눔재단 외에도 우란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박중수·이지훈 전 대표, 김문호 현 대표 등 3명은 모두 재단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이다. 박 전 대표는 최 이사장과 함께 우란문화재단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행복나눔재단 산하 행복에프엔씨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우란문화재단 이사로 재직했으며, 김 대표도 재단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스포는 킨앤파트너스의 자회사였지만, 킨앤파트너스의 대표가 플레이스포의 대표를 함께 역임해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지분 30% 이상을 소유했거나, 대표 선임이나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업집단 범위에 포함된다. 킨앤파트너스의 경우 현재 김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율 기준으로는 계열사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대표 선임부터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비춰보면 사실상 킨앤파트너스는 최 이사장의 지배 아래 놓인 회사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정황상 킨앤파트너스가 SK 계열사로 판단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이에 관련 자료를 누락한 SK의 ‘고의’ 여부가 중요해진다. 공정위는 매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를 받는다. SK의 총수인 최 회장이 공정위에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킨앤파트너스 관련 자료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할 경우 공정위는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다만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해서 의무위반에 대한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을 따지고 ‘현저(상)·상당(중)·경미(하)’로 구분한다. 인식가능성은 의무위반인지를 알았는지, 알 수 있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고, 중대성은 위반행위의 내용과 위반에 따른 효과 등을 고려한다. 공정위는 인식가능성이 ‘현저·상당’하고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상당’한 경우에는 자진신고 여부, 대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해 사안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킨앤파트너스가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와 관계가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대장동 게이트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화천대유에 자금을 댄 곳은 킨앤파트너스 외에도 엠에스티비 등이 언급된다. 화천대유가 다양한 인맥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킨앤파트너스가 투자자로 참여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킨앤파트너스의 박 전 대표의 인맥인지, 실소유주인 최 이사장이 연관돼 있는지 등이다.

SK 측은 킨앤파트너스가 그룹의 내부 계열사가 아닌 외부 회사였던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이 그룹에서 경영진이나 이사로 활동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던 점도 한 몫한다. SK 관계자는 “(킨앤파트너스는) 내부 계열사가 아니다보니 경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공정위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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