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SKC, 사업재편으로 체질개선…재무 우려보단 기대감 커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1. 0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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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사장 '과감한 결단력' 발휘
화학 중심서 모빌리티 등 사업재편
SK넥실리스 인수로 순차입금 확대
"실적개선 통해 개선 가능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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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SKC가 사업재편을 추진하면서 재무부담이 늘었다. 지난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 비용이 발생하며 순차입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순차입금은 SK넥실리스 인수 영향으로 1년 반 만에 53%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130%에서 182%로 늘었다. 재무부담 우려에도 시장에서는 SKC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초 5만원대였던 주가는 16만원으로 20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지수의 하락세 속에서도 견고하게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SKC는 5년 전만 하더라도 화학, 필름 사업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제는 모빌리티, 반도체, 친환경 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SKC가 사업재편을 통해 ‘환골탈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SK넥실리스의 매출 확대로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재무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무부담에도 SKC가 ‘업(業)’을 바꾸는 체질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이완재 사장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6년 취임한 이 사장은 SK이노베이션, SK㈜, SK E&S 등을 거치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강한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겸비했으며, 평소 임직원들에게 ‘끝장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우물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정(脫井)’을 선언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행보 덕분에 SK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C의 순차입금은 지난 2019년 말 1조572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2조3978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30%에서 182%로 확대됐고, 유동비율은 95%에서 75%로 낮아졌다.

지난 2016년 이완재 사장이 취임한 이후 1조원대에 머물던 순차입금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SK넥실리스 인수 여파다. SK넥실리스 인수 후 SKC코오롱PI, SK바이오랜드 등의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금액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설비투자(CAPEX)에 따른 자금 소요와 SK넥실리스 인수 등으로 3월 말 순차입금의존도가 42.8%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저하됐다”면서도 “모빌리티와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이익창출에 기반한 차입금 대응능력은 개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C의 체질 개선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SK텔레시스의 통신망 사업, SKC인프라서비스 등을 매각하면서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현재 SKC는 주요 사업부문을 모빌리티 소재사업, 화학사업, 인더스트리 소재사업, 전자재료사업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5년 주요 사업부문이 화학사업, 필름사업, 정보통신사업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동박(전지박)을 제조하는 모빌리티사업, 반도체 부품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사업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반면 정보통신 사업은 주력 사업에서 사라졌다. SKC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전환이 SKC 사업재편의 핵심인 만큼 SKC는 SK넥실리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법인에 2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 지원이 목적이다. 유럽에도 5만톤 규모의 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며, 이후 미국에도 추가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에는 최대 25만톤 규모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사업은 SKC솔믹스를 100% 자회사로 만든 이후 강화하고 있다. SKC솔믹스는 파인세라믹스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화학 사업에서는 기존 주력하고 있던 프로필렌옥사이드(PO) 사업에서 프로필렌글리콜(PG)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PG 사업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5년 상반기 기준 855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1조5717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1061억원에서 2194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SK넥실리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인수 당시 추정했던 실적 기대치에 못 미친 바 있다. 외부평가기관은 SK넥실리스의 매출액을 2020년 5023억원, 2021년 6344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SK넥실리스에서 2996억원의 매출을 올린 만큼 연간 매출액도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서 SKC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이달 들어서 증권사들이 SKC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면서 SKC의 목표주가는 20만7571원으로 올랐다. 현재 SKC의 주가가 16만3500원인 점과 비교할 때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SKC의 주가는 견고하다는 평가다.

SKC 관계자는 “2017년 내부적으로 ‘탈정’ 선언을 한 이후 준비했던 결과물이 2019년에 나왔던 것”이라며 “모빌리티, 반도체, 친환경 소재 중심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체질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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