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LG 구광모, 상속세 재원에 ‘희성촉매’ 부각…확실한 지배력 가질까

김지혜 기자 기사승인 2020. 04.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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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본무 회장 지분 8.8% 상속…상속세만 7161억원
LG 배당금·급여에 친부쪽 남은 지분 ‘희성촉매’ 역할 부각
IPO나 친부 등 특수관계인 매각 등으로 현금화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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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5% 넘게 급락하며 1500선이 무너지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 재계 오너들이 사재를 털어 주가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주식 매입에 나섰다. 주가가 떨어진 틈을 타 그간 지적 받던 소량의 지분을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렸다. 그러나 구광모 LG 회장의 움직임은 잠잠했다. 지주사인 (주) LG의 주가도 같은 기간 4만4600원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매수타이밍에 맞춰 소극적으로 대응해 13일 현재 주가는 5만8700원에 그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2018년 11월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8.8%를 상속받으면서 7161억원이란 막대한 상속세 납부라는 이유가 있다.

오히려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의 입장에서는 확실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등으로 구광모식 ‘뉴LG’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지분의 안정적 상속이 우선이다. LG 배당금과 급여 등이 주요 재원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희성그룹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광모 회장이 LG 계열사 지분 외에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희성그룹의 ‘희성촉매’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희성촉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후 희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거의 다 처분했지만 유일하게 남겨놓은 지분이 ‘희성촉매’다. 구광모 회장의 소유지분은 5.56%(9만552주)로 그리 많지 않지만, 희성촉매는 지난해 영업이익 978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눈앞에 둘 정도로 알짜기업이다. 매출 1조원을 넘어선 2011년 이후 한 해 평균 영업이익이 671억원에 이른다.

‘희성촉매’는 독일 기반의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 Catalysts Asia BV·지분율 50%)와의 합작사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생산업체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58%가 핵심 고객인 현대·기아차로부터 나오는 등 탄탄한 수익기반을 갖고 있다.

주당배당금도 2017년 1만3100원, 2018년 1만원, 2019년 1만4560원으로 높다. 다만 주식수가 얼마되지 않아 구광모 회장이 매년 챙기는 배당금이 10억원 안팎으로 작지만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 마련에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희성촉매는 비상장사이지만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본주당순이익이 2018년 3만4911원에서 지난해 5만3135원으로 급상승한 것만 봐도 지분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또 2017년 구본능 회장이 동생 구본식 LT그룹 회장과의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희성촉매의 주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당시 구본능 회장은 희성전자가 소유한 삼보이엔씨 지분 93.5%(3097만9680주)를 구본식 회장과 그의 외아들 구웅모씨에게 매각했고, 매각대가로 구본식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 29.4% 중 12.7%와 구웅모씨가 보유한 13.5% 등 총 26.2%(585만2953주)를 자기주식으로 인수했다. 그러면서 희성전자는 희성촉매 지분 25%를 1450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35만7000원 수준이다.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희성촉매의 지분(5.56%·9만552주)을 환산하면 3년 전 기준으로 323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2017년 당시 희성촉매의 매출이 1조2260억원이었던 점을 반영해 2019년 1조9455억원으로 58% 성장한 것으로 단순 비교하면 현재 지분 가치는 500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은 상속세 7161억원 중 2018~2019년 두 차례에 걸쳐 2380억원을 납부했다. 재원은 대부분 LG 지분 6.62%의 주식담보대출이다. 앞으로 2023년까지 4차례에 걸쳐 5000억원 정도를 내야 한다. 지난해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상속하며 2588만1884주(지분율 15.0%)로 지분이 2배 넘게 증가해 배당금이 전년(215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인 570억원으로 뛰었고, 회장에 취임하면서 연봉 역시 54억원으로 올랐다. 한해 LG에서 배당금과 급여로 620억원 정도 챙기는 것이다.

LG는 주당배당금(보통주 기준)을 2017년 1300원, 2018년 2000원, 2019년 2200원 등 매년 올리고 있지만 구 회장이 1년에 10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또다시 주식담보대출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인 데다 이미 6.62%를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희성촉매의 지분 가치를 높여 매각을 통한 재원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계속해서 오르는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희성그룹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을 활용해 매각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의 오너일가 지분이 46.55%에 달해 비교적 안정적이며, 구광모 회장은 15.0%로 최대 주주다. 이어 구본준 LG고문이 7.57%, 구본식 LT그룹 회장 4.48%,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 4.20% 등의 순이다. 유교 가풍에 기반을 둔 ‘인화’를 중시 여기는 기업문화에 불화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LG그룹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15% 중 7% 가까이는 담보로 잡혀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주당배당금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올리는 것이고,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사안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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