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딸, 주가 하락 속 지분확대 배경은?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20. 0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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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192주 매입해 지분 0.98%로 확대
박철완·박준경 상무와 경영수업 받아
"박 상무 경영행보 빨라질 듯" 시각도
금호석화
마켓파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상무가 주가 하락장 속에서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2015년 금호석화 임원으로 선임,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박 상무가 지분율 확대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는 금호그룹의 ‘금녀의 벽’을 69년 만에 깬 인물이다.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박 회장의 지론에 힘입어 박철완·박준경 상무와 함께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금호석화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박 회장의 조카이자 고(故)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상무가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상무가 7.17%, 박 회장이 6.69%를 각각 가지고 있다. 오너가의 지분율(22.62%)의 대부분을 이 3명이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지분율의 변동은 없다. 반면 박주형 상무는 지속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상 부친인 박 회장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의 경영 행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3세로의 승계 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개인으로 보면 박철완 상무가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을 가진 박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 이를 넘는다. 그럼에도 금호석화그룹 내 경영권 승계를 두고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건 박 회장이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싸운 ‘형제의 난’을 경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형제간의 민·형사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경영권 승계를 두고 사실상 트라우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자녀 세대에서는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란 관측이다.

형제의 난 이후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되면서 박 회장은 금호석화 등 화학계열사들을 지배하게 됐다. 금호석화를 오너가가 22.62%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석화가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티앤엘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분리 이후에도 금호석화는 주력 업종인 화학업에 집중해 오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주형 상무는 올해 들어서만 3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0.98%로 늘렸다. 박 상무가 주주로 명부에 이름을 올린 건 2012년부터다. 당시 박 회장은 박 상무에게 현금을 증여해 금호석화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했다. 박 상무는 이후 2017년까지 매년 지분을 추가 취득, 2012년 0.05% 수준이었던 지분율을 2017년 0.82%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적으로 지분을 늘리지 않았던 박 상무가 3년 만에 지분 매입에 나선 배경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하락한 주가의 영향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석유의 주가는 10일 기준 64500원이다. 최근 1년간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 10일 10만1000원이었던 주가는 지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고점 대비 이날 주가는 37% 떨어진 수준이다.

주가 부진은 실적 악화의 영향이 크다. 2018년 5조5849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4조9779억원으로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5546억원에서 3678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까지 겹치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보고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상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 증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시장에서도 금호석화의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히려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NB라텍스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금호석화는 올해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주력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타이어 소재로 활용되는 고형 합성고무는 지난해 회복세를 이어가는 한편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합성수지 부문에서는 가볍고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BPA(Bisphenol-A), 에폭시(Epoxy) 등 주력 제품의 수익성 중심 판매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 상무가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회사 성장의 자신감에 대한 표현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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