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하이트진로 정점의 서영이앤티…박태영 부사장 승계 핵심 역할 부상하나

안소연 기자 기사승인 2020. 03.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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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사장 지분가치 13년 만에 8배↑
58.44%로 최대주주…배당금만 20억
서영이앤티가 그룹 지배 정점에 올라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향후 변수될듯
하이트진로 그래픽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지분가치가 약 13년 만에 8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박 부사장이 지니고 있는 하이트진로나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은 0%이지만 ‘서영이앤티’라는 계열사를 매개로 지분가치를 높이고 있다. 맥주 냉각기 회사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 서영이앤티의 최대 주주인 박 부사장(58.44%)에게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에 2억5500만원을 투자한 금액은 현재 지분가치로 따지면 1266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재계에서 서영이앤티를 2세 승계작업을 위한 매개체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연말 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주가는 14만2500원이었다. 당시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당시 하이트맥주)에 0.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서영이앤티의 하이트진로 지분 가치는 약 214억원 수준이었다.

2007년은 30세였던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인수한 해이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 박 부사장이 하이트진로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치는 156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13년 새 하이트진로 지배구조는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8년 하이트맥주는 지주사 하이트맥주와 사업회사 하이트홀딩스로 분할되고, 2011년 진로를 합병해 통합법인 하이트진로가 출범했다. 서영이앤티도 박 회장 소유 근대화유통을 흡수합병하고 하이트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대한 지분을 현재의 수준인 27.66%까지 늘렸다. 19일 종가(2만2000원) 기준으로 보면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는 2166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박 부사장의 서영이앤티 지분도 73%에서 58.44%로 조정됐다. 2018년 감사보고서 기준 서영이앤티의 지분은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이며, 박재홍 상무가 21.62%, 박 회장이 14.69% 등 오너일가의 지분 99.9%로 구성됐다. 현재의 지분율로 따지면 현재 박 부사장이 하이트진로에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는 1269억원 수준으로 2007년 대비 8배 확장했다.

박 부사장이 최근 10년 동안 서영이앤티를 통해 받은 배당금도 만만치 않다. 박 부사장의 이름이 감사보고서에 올라간 시점은 2009년이다. 이 때부터의 배당금을 모두 계산하면 약 16억892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온다. 적어도 투자 금액은 회수한 셈이다.

올해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를 통해 받는 배당금은 약 23억원 수준이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에 우선주 2만9345주(2.59%),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보통주 641만9688주(27.66%), 우선주 1만2227주(2.6%)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보통주 700원, 우선주 750원,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보통주 350원, 우선주 400원을 현금 배당했다.

완전한 ‘옥상옥’ 구조로 승계 작업도 마무리 된 듯 하지만 박 회장이 서영이앤티나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 지분을 어떻게 하는지도 관심사다.

서영이앤티의 대주주는 박 부사장이지만 박 회장도 14.69%의 지분을 지니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도 29.4%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지분을 박 회장이 아들인 박 부사장에게 몰아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증여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박 부사장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방법은 미래에도 서영이앤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생긴 변수가 문제라면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3월 하이트진로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약 8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영이앤티에 사실상 일감몰아주기를 했다고 봤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에 항소해 대법원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상고한 상태이지만 일정은 코로나19 사태로 재판들이 연기돼 언제 열릴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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