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변동성 커진 기업들②]쏟아지는 악재 속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추진

이선영 기자 기사승인 2019.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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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부장 승계 필요한 지분없고
이재현 지분가치 1조에 세금부담도
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 CJ로 편입
연내 마무리땐 지분 2.8% 확보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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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CJ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했지만 순탄치만은 않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CJ㈜의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재까진 이 부장이 보유한 지분이 전무하다. 부친의 CJ㈜ 지분 증여가 가장 쉬운 방안이지만 지분가치가 1조원이 넘는 까닭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하는 부담이 동반된다.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CJ그룹은 대안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을 분할,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부장이 17.9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이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이 부장은 2.75%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게 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엔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 지분 확보가 중요한 과제인데,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

그룹을 승계하기 위한 형식적인 과제는 지주사의 지분 확보이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선 그룹을 이끌 경영자의 자질도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나이가 어린 이 부장은 2013년 CJ제일제당 입사 이후 여전히 경영 수업 중으로 이렇다 할 공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부정적 변수가 하나 발생했다. 해외에서 마약의 일종인 변종대마를 밀반입하고 투약한 혐의로 적발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오너가 3·4세들은 회사 내에서 임원을 역임하며 시험대에 오르곤 한다. 이 기간에 경영성과를 내야 향후 CEO로 올라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부장은 재직 기간이 짧고 아직 임원까지 오르지도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룹 승계 1순위 오너 일가가 마약 관련 재판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며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명예를 남겼다. 향후 지분을 승계받더라도 경영자, 즉 그룹 총수 자격시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다만 CJ그룹 측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 구체적인 구상은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CJ㈜를 정점으로 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의 최대주주는 42.07%를 보유한 이 회장이며,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하면 43.25%다. 장녀인 이경후 CJENM 상무(0.13%)도 일부 지분을 가졌지만 미미하다. CJ㈜는 CJ제일제당 44.55%, CJENM 40.88%, CJ프레시웨이 47.11%, CJ푸드빌 96.02%, CJ CGV 39.02% 등을 보유했으며, CJ제일제당이 대한통운 지분 40.16%를 보유 중이다. CJ㈜의 지분을 확보하면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다. 이 부장이 CJ㈜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J그룹이 주목한 계열사가 바로 CJ올리브네트웍스다. 이 부장의 지분율이 17.97%에 달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 부문을 분할해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예정일은 12월 27일로 연내 마무리 될 예정이다. 주식교환이 이뤄지게 되면 이 부장은 CJ㈜ 지분 2.8%를 확보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정보시스템 수탁운영 등을 담당하기 위해 CJ시스템즈로 설립됐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장이 지분 31.88%를 가지고 있었지만, 올리브영과의 합병에 앞서 이 부장 등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비상장사인 만큼 증여세 부담은 적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5년 만에 IT사업부문을 다시 분할시키면서 사실상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합병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업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 본격화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21일 CJ의 주가는 8만4800원으로 마감했다. 분할 합병 등을 발표한 4월 말 11만9500원이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8월 16일에는 장중 7만51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4일 13만8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배구조 개편 발표 이후 오히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CJ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식교환 비율을 따지면 주가 하락, 즉 CJ의 가치가 낮아질 경우 이 부장이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할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은 달리 보고 있는 셈이다.

근육과 신경이 점차 소실되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지분 증여가 빠르게 이뤄질 필요성도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이날 기준 1조410억원에 달하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는 자산은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의 경우 20~30%를 할증, 약 60% 수준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증여세만 6000억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공개(IPO)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면 이 부장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도 또 다른 시나리오다.

문제는 지분 확보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부장의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임원까지 오르지 못한 탓에 경영 능력을 평가할 성과도 없어서다. 단순히 오너가이기 때문에 그룹 경영을 잘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룹을 이끌고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이 중요한 자질이다. 일례로 대한전선의 경우 2004년 고 설원량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기도 했다. 당시 장남은 대학생으로 승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오너가 3·4세 경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며 “능력 입증 없이 경영을 맡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하고, 이 회장 이후 전문경영인을 통해 CJ그룹을 잘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CJ그룹 측은 이 부장의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회사 징계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이 회장이 아직 건재한 만큼 우선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보고 있다”며 “우선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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