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현대오토에버 상장…지배구조·승계 두마리 토끼 잡는다

류범열 기자 기사승인 2019. 03.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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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부회장 최대 884억원 확보
- 모비스 지분 취득에 활용할 듯
- 현대車 지배구조 개편도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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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내 유일한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인 현대오토에버가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이번 상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구주매출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 자본과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경영승계를 위한 상장 아니냐는 점에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함께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신주모집 34만7580주, 구주매출 316만2420주로 코스피 상장 공모를 진행한다. 신주 모집 비중이 10%도 안 되는 셈이다. 이 중 정 부회장의 구주매출 규모는 201만주로 전체 구주매출의 64% 가량을 차지한다. 공모희망밴드가 4만원에서 4만4000원임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은 804억원에서 884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금이 향후 경영권 승계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적게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이 아예 없고 정몽구 회장은 6.96%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한 자금을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자본투자로 현대모비스의 자본을 축소시키거나 영업현금흐름을 악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현실성이 높은 대안은 대주주의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될 것”이라며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오토에버 측은 본원 경쟁력과 상장을 통한 미래 역량 확충을 강조했다. 경영승계를 위한 구주매출 위주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현대오토에버는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금융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그룹 내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및 융복합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내 안정적인 캡티브마켓을 바탕으로 시스템통합(SI), 시스템운영(SM) 사업을 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9.5%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도 현대차가 향후 5년간 총 4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캡티브마켓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오토에버 매출액의 90% 이상이 내부 거래를 통해 창출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그룹사 매출비중은 91%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그룹 IT 표준화와 통합사업(One-IT)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의 역량을 결집해 사업고도화를 수행하겠다”며 “이런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IT 기술력 기반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발전해 미래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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