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연합군 모으는 금호산업 인수 후보들…박삼구 회장 ‘백기사’는?

김보연 기자 기사승인 2015. 03.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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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한통운 인수 파트너 '효성·코오롱·대상' 등 참여 가능
FI유치에는 신중 기할 듯
금호산업 인수 후보자들이 연합군 물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누구와 손을 잡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탓에 백기사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화려한 정·재계 인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이 필사적으로 투자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건설 인수 실패 후 자산 운용사나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이 아닌 대기업 쪽에서 파트너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4월 중순에 실시될 예정으로, 박 회장은 빠른 시일내에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 유치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PEF)들도 기업들과 접촉해 연합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과거 대한통운 인수 당시 도움을 줬던 그룹인 ‘효성, 코오롱’과 또 다시 동맹을 맺을지 관심을 갖고 있다. 금호그룹은 2008년 박 회장의 인맥에 기초해 이들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컨소시엄에 끌어들인 전례가 있다. 당시 효성·코오롱·롯데·대상·고려강선을 포함한 5개의 SI가 1750억원을 투자, 대한통운 인수에 큰 공을 세웠다.

또 박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있을 당시(2007~2011년) 부회장을 맡으며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도 전경련 회장단에서 동고동락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박 회장은 재계 주력 인사들과 전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방미 순방에 따라 나서며 협력을 돈독히 해왔다.

혈연에 기반한 ‘대상’이 백기사로 나설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 회장의 여동생이다. 또 고(故)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희박하지만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거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최악의 경우 우회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박 회장의 재무투자자 역할을 해왔던 군인공제회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군인공제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인수하며 백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롯데·신세계그룹은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세계는 지난 27일 인수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경쟁업체인 롯데그룹의 불참이 확정되자 인수 의향서(LOI)를 철회했다. 신세계가 LOI를 제출한 26일 박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일 롯데-신세계 양측 모두 이번 인수전에서 손 떼기로 잠정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자금 조달을 위해 18개의 FI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무리한 풋백옵션으로 인해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우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인수금액을 우선으로 고려하되 인수의향자가 기업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평가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에 거부될 수도 있다.

‘중국통’인 박 회장이 최후의 방안으로 중국 자본을 끌어올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와 중국 간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하고 있는 한중우호협회의 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재계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측 인사들과 가장 탄탄한 인맥을 맺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금호산업 최종 인수후보로 선정된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IMM PE, MBK 파트너스, 자베즈,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중 일부 사모펀드는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언급됐지만 LOI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이 지난주 업계의 동향을 살핀 후 물밑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력 인수후보군으로 언급됐던 제일모직, 삼성SDI, 호텔신라, CJ그룹, 애경그룹, SK그룹 등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불참했다”며 “이는 인수후보자로 전면에 나설 경우 언론에 이슈화돼 특혜시비, 문어발식 확장, 지역감정 격화, 상속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을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일부는 LOI를 제출한 사모펀드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SI로서 배후에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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