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자구계획 막바지 현대그룹..계열사 떠안기

이후섭 기자 기사승인 2015. 01.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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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대로지스틱스 보유지분 장부가액 2배 넘게 인수
현대엘앤알실적추이
자구계획 이행률 90%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실한 계열사의 지분을 떠안았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로지스틱스가 보유했던 현대엘앤알 지분을 현대유엔아이가 장부가액 2배가 넘는 금액으로 매입했다. 이는 로지스틱스를 사들인 오릭스와의 매각 협상과정에서 내건 인수 조건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엘앤알은 지난해 5월 지속된 누적적자에 61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하기로 했고, 이를 매각 예정인 현대증권이 전액 인수해 부실 계열사 지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엘앤알 주식 20만7000주를 주당 10만원씩 총 207억원에 사들였다. 이 주식은 현대엘앤알 설립 시부터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3%에 해당한다.

현대엘앤알은 지난해 12월 30일 최대주주등의주식보유변동 공시를 통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3%가 처분됐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31일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엘앤알로부터 207억원에 이 주식을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매입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가 책정한 장부가액 96억원(지난해 9월 30일 기준)의 2배가 넘는 207억원에 주식이 팔렸다는 점.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앤알 지분을 그대로 가져가기엔 부담스러운 입장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설립된 현대엘앤알은 설립 이후 2년간 적자가 지속되며 누적결손금이 460억원에 달하는 등 부실한 재무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초 현대엘앤알은 2012년 반얀트리호텔 인수를 위해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4개 계열사가 99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이에 오릭스는 인수 협상조건으로 현대엘앤알 지분을 처분해 줄 것을 요청했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위해 현대유엔아이가 어쩔 수 없이 현대엘앤알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유엔아이는 제 3의 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산정된 가격을 적용해 매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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