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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원 자구안 내놓은 현대중공업...묘연해지는 지배구조 개편

박병일의 기사 | 기사승인 2016. 06.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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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현대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기도 한층 늦어지게 됐다.

올해 초만 해도 재계에서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산하 사업부들의 소규모 합병을 진행함과 동시에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지주사 전환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정부의 조선업종 구조조정 방침이 정해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갈 비용보다는 유동성 확보가 그룹의 핵심 사안이 돼 버리면서 재계의 이런 관측은 한풀 꺾이게 됐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로 26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산복지재단(2.53%)과 아산나눔재단(0.65%)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을 합쳐도 13.33%에 그친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아들인 정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의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정 이사장이 10%대의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94.9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가지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다시 현대중공업 지분 7.96%를 보유중이다.

이들 기업의 안정적인 순환 구조가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은 정 이사장이 심도 있게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또 공정거래법상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되지 않는 이상 큰 문제의 소지가 없어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영승계를 고려하면 순환출자 해소 및 그룹 지배력 강화는 풀어야 할 장기적 과제다.

한때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가칭 현대중공업 홀딩스를 세우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지주사로 전환시 홀딩스가 보유하는 현대중공업 사업회사(가칭)의 지분율과 정 이사장의 지분율을 합쳐 최대 30%에 달하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현대미포조선이 가지고 있던 현대중공업 지분을 총수일가가 인수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란 예상과 함께 하이투자증권 등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계열사 간 지분 스와프를 통해 지주사 체제로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현대중공업의 자구계획안 승인을 공식화함에 따라 지주사 전환 등에 들어갈 비용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보유중인 유가증권 4378억원,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등 1조96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약 1600억원 상당의 현대자동차 지분 0.56%와 60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지분 9.93%를 보유중이고,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현대차 지분 0.19%, 현대상선 지분 4.82% 등 약 1000억원의 지분매각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1600억원 규모의 KCC지분 3.77%를 보유중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로봇·지게차 등 사업부를 분사하고 시장에서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비롯해 비조선부문 분리 매각을 통해 1조1160억원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경비절감과 인력감축 등을 통해 8400억원 등 총 3조5028억원의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특히 향후 수주절벽 등 업황이 더 악화될 것에 대비해 3조6000억원의 비상대책안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자구계획안으로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었던 금융계열사 처리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가 급할 것이 없는데다 현재 그룹생존이 제1과제로 부상한 점에서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같은 지배구조 개편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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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park@asiatoday.co.kr